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AI 주도권 선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O2O(온·오프라인연계) 업계도 잇따라 AI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6일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은 100억 원 규모를 들여 AI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연어 인식 등 관련 기술 도입 및 적용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배민 데이빗’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배달의민족 AI 프로젝트는 배달앱으로 하여금 음식, 맛, 양, 취향, 상황 등 배달음식 주문과 관련된 수천 수만의 우리말 표현을 배우고 익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더 쉽고, 편한 방식으로 음식을 배달 받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프로젝트 이름 ‘배민 데이빗’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공상과학(SF) 영화 ‘A.I.’와 성서 이야기 ‘다윗과 골리앗’에서 차용했다. 영화 속 데이빗(David)은 딥러닝(Deep Learning)이라 불리는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사람과 교감하는 로봇이다. 다윗(영어 표현 데이빗)은 거인 골리앗에 맞서 승리한 용감한 청년으로 르네상스 시대 거장 미켈란젤로가 대표작 ‘다비드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그간 축적된 방대한 주문 데이터에 기반해 한국어와 음식 주문이 결합 된 표현을 중심으로 배달 앱에 특화된 대화형 챗봇(chatbot), 음성인식을 통한 자연어로 음식 주문을 실현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한다.
이 프로젝트는 김범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끈다. 그는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출신으로 엔씨소프트와 SK플래닛에서 빅데이트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등 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역량을 쌓아 온 IT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현재 보유한 우수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우선 특별팀을 구성하고 , 향후 최고의 AI 전문가들을 추가 영입해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에 성큼 다가온 지금 푸드테크 분야에서도 다시 한 번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며 “배달의민족은 인공지능 분야 외에도 고객경험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 고객들이 더욱 편하고 즐겁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숙박 O2O ‘여기어때’를 서비스 중인 위드이노베이션도 AI 기반 챗봇을 선보인 바 있다. 개인화된 숙소 추천과 다양한 민원을 사용자와 채팅으로 해결한다는 목표로 자체 개발한 언어 처리모듈을 바탕으로 고객이 입력한 문장에서 의미있는 단어를 추출, 문맥을 파악하고 대화하는 방식이다. 빅데이터 처리기술과 개인화 모듈을 탑재해 정교화된 테마별 숙소추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일부로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 윤진석 씨를 CTO로 맞이했다. 윤 CTO는 NHN 기술연구센터를 시작으로, KT U-Cloud 추진본부, 오라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R&D 등을 거쳤다. 데이터 마이닝을 통한 시스템 고도화, 쳇봇 기술 설계 등 여기어때 R&D 부문을 총괄한다.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 선점을 위한 국내외 업체 간 전쟁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이 앞서서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카카오가 지난 2월 AI 플랫폼 개발을 위해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한 뒤 국내외에서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도 라인과 함께 음성인식·비주얼 인식 등 AI 기술을 모은 통합 플랫폼 ‘클로바’를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공개하고, SK텔레콤과 KT도 일찌감치 AI 스피커 ‘누구’와 ‘기가 지니’를 출시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MWC에 참석해 일제히 AI 플랫폼 개발에 투자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빅스비’를 오는 29일 공개되는 ‘갤럭시S8’에 탑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