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환율조작국’ 압박 주효?...中, 위안화 정책 변화 조짐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서에서

“위안화 환율 자유화 더 확장”

외환 개입 점진 축소 첫 시사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안정적인 국제적 지위 확보를 주요 정책목표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처음 내비쳤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을 받아온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의식해 대외 위안화 정책 화법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환율조작국 지정의 빌미를 차단하기 위해 환율시장 개입으로 보일 수 있는 정책이나 금융 당국자들의 구두 표현을 자제하고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위안화 환율의 자유화를 더욱 확장해 위안화가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서 안정된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날 업무보고에는 환율정책과 관련해 지난 3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수준에서 위안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표현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위상 약화와 미국의 거듭되는 무역전쟁 경고를 의식해 위안화 움직임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올해 외환시장 개입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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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과 중국 경제계는 위안화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태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일부 중국 학자들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위안화 약세를 방어하는 정책이 오히려 통화 약세를 부추기며 금융시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의 금융시장 개입 무용론을 주장해온 위융딩 전 인민은행 고문은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그의 주장에 근거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환율시장에 대한 정부 당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선젠광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2년간 국제결제통화로서의 위안화 위상이 크게 약화되고 역외 위안화 펀드 규모가 줄었다”면서 “중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주요 역외 위안화 시장인 홍콩에서 위안화 예금 규모는 2014년 12월보다 46% 급감했으며 위안화의 국제결제액도 지난 한 해 동안 29.5%나 감소했다.

중국 금융시장에서도 1월에 3조달러선마저 붕괴한 외환보유액을 방어하기 위해 환율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CMP는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도 중국 금융당국의 환율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외환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중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등 여러 잠재변수들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시장개입 완화를 암시하는 한편 외환시장 안정을 적극 부각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말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강하게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은 “현재 중국 외환시장은 안정돼 있다”면서 “위안화 환율이 단기적인 요인으로는 다소 불안정하게 움직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펀더멘털에 맞게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 인민은행 부행장도 최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는 합리적 범위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신중하고도 중립적인 수준을 추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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