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보복’이 예상보다 전방위로 확산되고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국내 은행권도 관련 여신 모니터링 강화와 회수 작업을 검토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들은 지난주 롯데가 국방부와 사드 부지 체결 협약을 맺을 때만 해도 중국의 보복 조치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느긋한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 현지 롯데 계열사 등에 대해 긴급히 여신 점검에 나서는 정도의 분위기만 감지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현지 롯데마트 매장에 대해 소방안전 등을 이유로 잇따라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한국 관광 금지 조치로 국내 호텔·숙박업은 물론 요식업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일부 여신 회수 방안도 검토하는 등 급선회했다. 더구나 호텔·숙박업, 요식업은 물론 주요 관광지 인근 식당과 면세점까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신 점검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6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관광 보복 영향의 크기는 기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호텔 등 숙박업은 물론 관광지 인근 식당과 면세점까지 상당한 영향이 가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호텔 쪽 여신뿐만 아니라 중국 관련 업종을 개별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 관광객에 의존해 국내 관광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시중은행의 관련 여신도 급속히 확대됐다. 관광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에 가까운 중국인의 70%가량을 잃을 수 있다는 최악의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중국인을 타깃으로 규모를 키운 비즈니스호텔 등 숙박업 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 161개(2만7,173실)였던 관광호텔은 지난해 348개(4 6,947실)로 약 73%나 증가했다. 또 서울 지역 면세점은 지난해 3차로 면세점 네 곳이 추가로 선정되면서 2년 만에 6개에서 13개로 늘어났다.
숙박·음식업 관련 여신은 중국 관광객 증가와 맞물려 빠르게 증가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의 숙박·음식업종 대출은 지난 2012년 말 30조3,863억원에서 2016년 9월 말 현재 44조81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렇다 보니 관광 중단 사태가 심화되면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관광호텔 등은 순식간에 공실률이 늘고 원리금 상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사드가 배치되는 올 5~7월을 전후로 중국의 경제 압박이 더욱 거세지면서 상황이 악화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저가 호텔들의 경우 이미 공급 초과 논란에 휩싸인 만큼 중국의 보복 조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시중은행이 더 민감하게 여신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통화에서 “당장 여신을 회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부에서는 기존 여신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은 물론 만기 여신에 대해 일부 원금 상환이나 대출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회수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국인 관광객 유관 업종에 대해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자동으로 연장해줬다면 앞으로는 리스크를 반영해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여신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공급 과잉 우려가 있었던 중저가 호텔의 경우 여신을 조심스럽게 운영해오기는 했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 여파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숙박업이나 요식업 등을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해놓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보복 조치로 당장 대규모 여신 회수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