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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박명수-딘딘, 어쩌다 JTBC 시사교양의 '맥커터'가 됐나

3월, JTBC가 개편 시기에 맞춰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예능성’을 접목시켜, 보다 친근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서려 한다.

JTBC ‘잡스’가 지난 2일,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이하 차이나는 클라스)가 5일 방송을 시작했다. 동시기에 출발한 두 프로그램 모두 JTBC 방송국의 기존 성향에 맞게 ‘시사교양’ 장르를 표방한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점은 지금껏 예능프로그램에서 익숙하게 모습을 비춰온 이른바 ‘예능인’들이 MC 혹은 패널의 고정 출연진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사진=JTBC ‘잡스’ 방송화면 캡처/사진=JTBC ‘잡스’ 방송화면 캡처




‘잡스’는 3MC 체제로 전현무, 박명수, 노홍철을, ‘차이나는 클라스’는 10명의 학생군단으로 홍진경, 오상진, 브로콜리 너마저의 덕원, 조승연, 최서윤, 딘딘, 샘 오취리, 강지영, 이용주, 지숙이 출연진으로 구성됐다. 난해하고 지루할 수 있는 시사교양 장르에 친근한 패널들을 등장시켜 공감대를 느끼게끔 한다는 의도가 비춰진다.

두 프로그램의 출발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잡스’에서는 1회 게스트로 현직 야구해설가로 활약 중인 박찬호와 송재우가 출연해 ‘야구해설가’라는 직업을 심층 탐구했다. 3MC는 박찬호와 송재우에게 업계 입문 과정부터 연봉수준, 고충과 차마 밝힐 수 없던 업계 뒷이야기를 고루 파헤쳤고, 박찬호와 송재우 역시 흔쾌히 꿀 정보를 제공했다. 야구해설가 지망생들에게 전하는 현실적인 조언까지 가슴에 와 닿는 마무리였다.

하지만 한창 A.I 기계보다 사람이 야구해설가를 해야 하는 장점을 설명하던 송재우에게 갑자기 MC 박명수는 “지금 굉장히 격양(?)돼 있다”며 “얼마든지 이야기할 기회를 드리겠다”는 말을 하면서 현장을 당황시켰다. 이에 전현무는 “차분하신데요”라며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켰지만, 출연진이 모두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이후 박찬호가 벤 애플렉과의 인연을 밝히는 장면에서는 박명수가 “‘I’m Korean 특급’이라 하지 그랬냐”는 말로 또 한 번 의아함을 자아냈다. 출연진이 한국말과 섞인 콩글리시를 지적하자 “I’m express Korean”이라고 잘못 정정해 당황스러운 상황을 거듭 연출했다.

/사진=JTBC ‘차이나는 클라스’ 방송화면 캡처/사진=JTBC ‘차이나는 클라스’ 방송화면 캡처



이 같은 난감함은 ‘차이나는 클라스’에서도 발견됐다. ‘차이나는 클라스’ 첫 회에서는 유시민 작가가 강연자로 출연해 ‘민주주의’를 주제로 10인의 학생들(방송인 홍진경, 오상진, 작가 조승연, 가수 덕원, 래퍼 딘딘, 방송인 지숙, 샘오취리, 아나운서 강지영, 크리에이터 이용주, 편집장 최서윤)과 다양한 생각들을 나눴다. 이날 학생들은 그동안 품었던 의문과 솔직한 생각을 늘어놓으며 생각의 확장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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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던 중 학생 딘딘은 “질문하기 무섭다”, “질문에서 레벨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두려움을 드러낸 것에서 후반에는 “강연을 들으면서도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겠다. 문맥이 처음에 흘러가던 것과 질문의 방향이 틀어지면서 ‘민주주의가 뭐야?’, ‘이거 안 해’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사람들은 썰전을 하고 있고,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입장에서 보고만 있다”고 말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박명수와 딘딘은 분명 각 프로그램에서 솔직한 발언을 하는 ‘뇌순남’ 콘셉트로 어필해왔다. 이번 프로그램에선 시청자들이 가질 법한 의문점을 대신 해소시켜주는 ‘사이다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솔직한 나머지 ‘의미가 있을까’ 싶은 발언까지 한 것이 프로그램의 맥을 끊는 독으로 작용했다. 이는 곧 ‘정신줄을 놓고 방송하지 않느냐’는 지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적잖이 씁쓸하다.

원래 박명수와 딘딘은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무식의 당당함과 솔직함’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고수해왔다. 하지만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은 문제의 본질을 빗겨가고, 잘 달궈진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맥커터’가 되지 않도록, 박찬호가 지적한 ‘번잡스’가 되지 않도록 간극을 좁혀야 하는 건, 박명수와 딘딘에게만 던져진 과제는 아니다. 많은 예능인들과 JTBC가 지속적으로 안고가야 할 숙제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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