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재수생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세론’을 구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타도 문재인’을 선언하며 10%포인트 내외의 격차로 문 전 대표를 위협했지만 문 전 대표의 공고한 전선을 맞닥뜨린 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예종석 문재인캠프 홍보위원장은 “문 전 대표는 다양한 경험이 있고 스스로 콘텐츠가 좋은데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서울경제신문은 키워드 3개를 뽑아 문 전 대표를 탐구해봤다.
①원칙과 소신 지키는 대권 재수생
19대 국회에서 문 전 대표와 같은 층 사무실을 쓰던 한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문 전 대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전 대표와 같은 층을 쓰면 “소주 한잔 하러 가자”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인사할 때 데면데면하면서 반가운 기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외향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에 언론과도 마찰이 잦았다. 불편한 질문에도 너스레를 떨며 부드럽게 넘어가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항상 진지하게 접근하는 문 전 대표는 불편한 질문에 대한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낯선 이를 경계하고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문 전 대표는 혈액형이 B형인데 “정말 B형답다”는 얘기도 듣는다. 문 전 대표를 보좌하는 한 인사는 문 전 대표가 정치화가 덜돼 ‘정적’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모를 수 있다면서도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내에게 청와대에 있는 동안 백화점 출입 금지령을 내린 일화도 있다. 엄격한 경상도 남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 전 대표의 딸인 문다혜씨는 문 전 대표의 원칙주의적 성격을 닮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다혜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전 대표 선거운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자녀가 없는데 내가 홍보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대규모 인재 영입 나서는 헤드헌터
문 전 대표는 어느 대권주자와 비교해도 가장 많은 수의 싱크탱크와 자문단·포럼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 문 전 대표를 헤드헌터로 부르는 이유다. 이번 대선에서도 많은 교수와 비문(非文) 성향의 의원 일부까지 포섭해냈다. 이러한 문 전 대표의 인재영입 비결에는 탄핵정국을 거치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다수의 열망이 1위 주자 문 전 대표에게 투영된 외부 요소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영입인사들은 사람 좋은 미소로 대변되는 문 전 대표의 순수함과 진실성을 보고 돕게 됐다고 말한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전현희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캠프 합류를 요청하며 찾았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굉장히 소탈하고, 제가 했던 일들과 말들을 기억해주면서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며 “저는 중립이나 비문으로 분류됐는데 문 전 대표를 만나보고 실제로 많은 오해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총선 당시 영입한 김병관 의원도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정치적 문제에는 관심이 많지만 제가 있던 게임회사 웹젠이나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해서는 모를 것 같았다”며 “뜻밖에 문 전 대표는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③패권주의 비난은 풀어야 할 숙제
문 전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 좌장에서 친문 패권주의의 주인공이 되는 등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에서 ‘패권주의’의 대명사 격으로 불린다.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에 자리 잡은 손학규 전 대표는 연일 문 전 대표의 당선이 박근혜 정부 시즌 2라고 비판하고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문 전 대표의 정권교체는 참여정부 시즌2라고 꼬집으며 문 전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여기에 문 전 대표를 비판하거나 개헌 논의에 착수한 의원들에게 문 전 대표의 열혈 지지층이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을 보내 패권주의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패권주의가 없다는 문 전 대표의 항변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지만 문 전 대표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열혈 지지층은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분들”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문자 폭탄을 받은 비문 성향의 한 의원은 “문 전 대표가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것 같아 더욱 분통이 터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