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경쟁자가 생깁니다. 기업은 철저하게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 거죠. 정부 지원에만 매달리면 절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합니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뒷받침하는 거죠.”(최종웅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대표)
“정부에 의지해 창업하면 처음 출발은 쉽지만 결국 자생력이 떨어집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초기 시장 진입이 어려운 창업 기업을 도와드립니다. 하지만 성장 인프라를 구축한 후에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
7일 오후 미래부 간부회의장은 모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양희 장관의 주재로 미래부 공무원과 산학연 융합 전문가 등 20여명이 ‘융합’을 주제로 끝장 토론을 펼친 것.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인 ‘융합’ 패러다임에 발맞춰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토론회에는 기업·대학·연구기관 등에서 융합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전문가와 미래부 실국장 등이 함께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하성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이 ‘융합,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하 소장은 “이종 분야 전문가와의 융합 R&D 주제 발굴을 위한 만남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며 “학제 중심으로 과제 선정이 이뤄져 융합 R&D는 선정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고 융합 R&D 인력 양성이나 교육에서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융합을 통한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 부처 간, 부처-민간 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최미정 미래부 융합기술과장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 형태의 융합 R&D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정부의 R&D 융합 분야 투자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10억원 이상의 과제에 대한 투자액이 50%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바이오-로봇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플랫폼 형태의 융합 R&D를 지원하겠다”며 “인문사회와 예술 등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확대하기 위해 소규모 융합 R&D를 발굴,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진성 롯데그룹 미래전략연구소장은 “유통에서 4차 산업혁명은 생존 문제”라면서 “소비재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4차 산업을 흡수하지 않는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교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부원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스티브 잡스는 융합 자체가 아이덴티티였다”면서 “학과 간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었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똘끼’ 있는 친구들이 벽을 타고 넘어간다. 창업의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준상 연세대 공대 부학장, 강남우 KAIST K스쿨 교수, 최종웅 대표,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사회기술혁신 연구단장 등이 참가했다.
토론을 경청한 최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첨단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촉발된 혁신은 타 분야와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 자리에서 수렴된 의견에 대해서는 정책으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