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글로벌 경제, 여전히 불안”…외환 모으는 중앙은행들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지난해 대다수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시장 안정에 따른 자본유출 감소 등에 힘입어 외환보유액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증가가 여전히 느린 글로벌 경제 회복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공세 등 대외 불안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30개 주요 신흥국 가운데 20개 국가가 외환보유액을 늘렸다고 전했다. 2년간 지속되던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지난해 반전된 것이다. 다만 3분의 2에 해당하는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늘었지만 일부 중동 국가들이 재정적자를 메우는데 외환보유액을 동원하면서 지난해 전체 외환보유액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이스라엘과 베트남, 체코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태국 등도 최근 큰 폭으로 늘어났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1월 외환보유액이 3,906억 달러로, 130억 달러 늘면서 월간 기준으로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일단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28% 급등한 덕분이다. 또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에 해외 자본이 대거 유입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신흥국의 자본 유입 규모는 60%나 늘어난 1,920억 달러에 달했다.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 외환보유액은 2014년 8조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금융시장 불안으로 중앙은행들이 환율 방어를 위해 1조 달러의 막대한 실탄을 퍼부은 여파로 급격히 소진됐다. 피치는 “자본 유출 흐름이 지난해 멈췄다”며 “중국을 제외한 30개 주요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9,000억 달러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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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외화 자금 탈출과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던 중국 자본 시장도 당국의 자본 유출 규제책에 힘입어 올 들어서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외환보유액은 69억 달러가 증가하며 8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총 외환보유액도 3조 달러 선을 넘어섰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위안화 가치 방어의 여파로 3,200억 달러가 줄어든 바 있다.

HSBC 은행의 마 샤오피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자본 유출 통로가 철저히 폐쇄된 만큼 외환보유액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증가는 각국이 금융시장의 충격이나 경제 하강에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취약한 가운데 여러 돌발 변수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신흥국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대한 신흥국의 불안감이 컸다. 또 올해도 프랑스와 독일의 각종 선거, 트럼프의 무역보복 공세 등 여러 불확실성 요인이 대기하고 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

조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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