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옷가게에는 ‘검은색 스키니진’ 착용 규정이 있습니다. 일하다 보면 자주 앉았다 일어나야 하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옷가게 아르바이트 근로자·21세)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예쁜 아가씨가 가져다주니 더 맛이 좋다’고 말하는 취객을 자주 만납니다. 수치심이 들지만 생계가 급해 당장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카페 아르바이트 근로자·25세)
8일 오전11시 서울 명동 이니스프리 매장 앞에는 여성 아르바이트(알바) 근로자의 이 같은 외침이 줄을 이었다. 알바노조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민낯, 화장해야만 카운터 볼 수 있어?’라는 주제로 마련한 기자회견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알바 근로자 대다수는 일하면서 느낀 성적 수치심과 외모 지적, 복장 규제 등 부당한 대우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극심한 취업난과 팍팍해진 일상에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근로 현장에 내몰리고 있지만 이들이 겪는 고충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여성 아르바이트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외모 꾸미기’를 강요당하기 일쑤였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임금을 제때 못 받거나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었다.
생계형 청년 알바의 씁쓸한 단면은 최근 발표된 여러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알바노조가 8일 발표한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495명 중 60%가 “용모 단정을 이유로 벌점이나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근무 중 손님이나 고용주 등으로부터 외모 품평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98%에 달했다. “눈에 다래끼가 나 안경을 썼는데 ‘왜 안경을 쓰냐’며 눈치를 줬다”거나 “사장이 무작위로 1명을 뽑아 직원들 앞에 세워두고 메이크업과 복장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성 알바 근로자에 대한 외모 품평은 ‘꾸미기’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아르바이트할 때 ‘외모를 꾸며야 한다’고 압박을 받은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점수화했을 때 응답자들은 평균 5.9점의 정신적 압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어린 청소년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처우는 더욱 열악했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청소년 매체이용·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알바 청소년 4명 중 3명꼴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만5,646명 가운데 24.9%만 업무 내용·급여·근로시간 등이 명확히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법정 최저 시급인 6,030원 미만으로 급여를 받은 비율도 25.8%에 달했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아르바이트라는 불명확한 고용형태가 이들을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했고 사용자 인식도 이들을 근로자로 보지 않는 측면이 크다”며 “사회적 인식과 사용주 태도를 개선하려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