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은 바지사장이다, 전두환식 정치를 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광주를 방문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한 말이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김 전 대표를 향해 “늙은 하이에나처럼 무례하기 짝이 없다”고도 했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된다는 정치판의 격언이 또다시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고 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떠난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과거는 ‘쿨(cool)’ 하게 잊고 김종인 띄우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표와 몇 번 만났고, 그런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며 “김 전 대표가 ‘패권 세력’에 대해 마음의 큰 상처를 받았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을 겪었다”고 말했다. 박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해 “수십 년간 개인적으로 호형호제한 사이”라고 밝혔다. 이어 “패권정치 민주당에 1년 2개월 영입돼서 들어가 한계를 느끼시고 새로운 정치발전을 위해서 탈당하고 의원직까지 버린 결단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며 “다시 한 번 그분이 원하는 개헌과 경제민주화, 패권정치 종식을 위해서 국민의당과도 같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총선에서 박 대표 등 국민의당이 물고 늘어졌던 김 전 대표의 ‘국보위’ 경력에 대해선 박 대표도 주승용 원내대표도 김 전 대표의 영입을 제안하고 나선 아무런 언급은 없다.
정치권은 이들의 규합이 대선 판을 흔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 9단’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반문연대’를 기치로 뭉치긴 쉬우나 완벽한 결합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선 룰을 두고 굽힐 기색을 보이지 않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사례다.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구도를 만들기 위해 다시 뭉친 이들이 딱 한자리인 대권후보 자리를 놓고 어떤 경쟁을 펼칠지, 다시 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