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이주한 아동들의 학교 내 집단 괴롭힘(이지메)이 사회문제로 불거진 데 이어 성인들도 2명 중 1명꼴로 이러한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NHK는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다른 지역으로 피난 간 7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질문에 답한 피난자 중 45.1%(334명)가 “이주한 곳에서 괴롭힘을 당해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복수 응답)으로는 배상금과 관련한 괴롭힘이 274건으로 가장 많았다. 피난자라는 것을 이유로 한 괴롭힘이 197건, 방사능 노출을 이유로 한 괴롭힘은 127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들은 “피난자라는 이유로 동네 행사에 참가시켜주지 않았다”, “피난자라며 누군가가 자동차를 망가뜨렸다”, “배상금을 받았으니 (새 직장에서) 일할 자격이나 급여를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로 후쿠시마에서 수도권으로 피난 온 한 남성은 “아이 두 명이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했고 나도 직장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재난 피해자로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후쿠시마 사람이라고 밝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이미 작년 하반기 이후 후쿠시마 출신 학생들이 피난지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잇따라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전국 교육위원회를 통해 국공립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전 집단 괴롭힘’이 44건이나 신고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괴로워서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한 중학생의 수기가 나왔고 동급생들로부터 ‘세균’ 등으로 지칭 당하며 유흥비를 대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