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오바마케어, 트럼프케어



건강보험은 미국에서 정치·사회적으로 항상 ‘뜨거운 감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3월 ‘환자보호 및 건강보험적정부담법(PPACA)’에 서명했을 때 민주당에서는 이를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소속인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기본 골격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시작한 후 50년 만에 이룬 사상 최대의 의료보장 개혁이라는 의미다.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이 법안은 이름처럼 사각지대에 있던 차상위계층의 보험료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정도로 우리 기준으로는 ‘개혁’이라고 보기 미흡할 정도다.


그럼에도 제도 도입 과정에서 곳곳에서 저항과 반대에 부딪혔다. 오바마조차 첫 번째 임기인 2010년 이 법을 통과시키고도 두 번째 임기 직후 법을 시행할 정도로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시행령이 마지막으로 하원을 통과할 때도 가결 정족수를 간신히 넘긴 219표의 찬성만 얻었을 뿐이다. 공화당이 이에 대한 불만으로 예산법안을 거부함으로서 연방정부가 폐지되는 ‘셧다운’ 사태까지 겪는 등 이후에도 진통과 갈등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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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론자들은 기본적으로 민간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의 거부감과 재정악화를 주된 이유로 제시했다. 당시 미 의회예산국(CBO)은 오바마케어를 위한 정부지출이 10년간 총 1조7,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복잡하게 설계된 이 법안은 시행 이후에도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를 노출했으며 정부 부담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오죽하면 같은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조차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 “세상에서 가장 미친 제도”라고 비판했을까.

미국사회가 다시 건강보험 문제로 들끓고 있다. 취임 직후 오바마케어 폐지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제출한 대체 법안인 ‘미국보건법’에 대해 미국 의료계가 집단 반발하고 있다. 미국 병원협회 등 의료단체들은 이 법안이 오바마케어로 새로 보험에 가입한 2,000만명을 다시 무보험자로 내몬다며 ‘트럼프케어’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우리 건강보험도 내년부터 적자이고 2023년부터는 적립재원마저 바닥이 난다고 한다. 의료 혜택 확대와 재정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미국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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