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되자 범진보 진영 대선 주자들은 과도한 환영 반응은 자제하면서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는, 헌법 제1조의 숭고하고 준엄한 가치를 확인했다”며 “대한민국은 이 새롭고 놀라운 경험 위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제 나라를 걱정했던 모든 마음들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평화로운 광장의 힘이 통합의 힘으로 승화될 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더욱 자랑스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과정을 지켜본 뒤 정오 무렵 굳은 표정으로 밖에 나섰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답하고 비공개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 순간 가장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은 아직도 팽목항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님일 것”이라며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어 오늘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동안의 모순과 갈등을 뛰어넘고 모두가 하나 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이날 충남도청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위대한 진전을 이뤘다”며 “누구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시간 기뻐하시는 국민들이 있는가 하면 상실감을 가진 국민들도 계신다.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이라며 “정치권은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재명 성남시장은 “철저히 청산해야 진정한 통합이 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야 화합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며 ‘적폐청산’을 먼저 내세웠다.
한편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대표실에서 함께 헌재 심판 선고를 지켜봤다. 중간에 세월호 참사 관련 성실책임 의무가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 이후 인용 판결이 나자마자 잠깐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 뒤 곧바로 웃음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헌재 결정에 모두 승복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당이 국민의 혼란과 불안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데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입장문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