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탄핵심판 과정을 들여다보면 법 유린 행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헌재 결정문에서도 나타났듯이 박 전 대통령은 권한을 남용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림은 물론 국가 존립근거인 헌법도 지키지 못했다. 대통령에게 보고된 각종 인사 자료와 국무회의 자료 등 공무상 비밀 자료가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게 무더기로 넘어갔고 아무 권한도 없는 최씨가 이를 수정하기도 했다. 대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출연받아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뒤 기업들을 배제한 채 최씨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진상규명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법을 가장 앞장서 지켜야 할 대통령의 위법 사실은 국민적 분노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단초가 됐다.
탄핵 찬반을 둘러싸고 갈라질 대로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다시 묶을 수 있을까. 국민분열의 단초가 됐던 법치주의의 근간을 다시 세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 위반이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초래했다면 그 해법도 결국은 법치주의 회복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탄핵 인용과 기각이라는 두 편으로 갈려 충돌과 반목이 이어졌지만 헌재 선고라는 헌정질서의 틀 속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 모두 승복하고 광장에서 나와야 한다. 대통령도 정치인도 일반국민도 법치주의를 다시 세우는 것만이 화해와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물론 이번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대통령선거라는 또 다른 민의표출의 장치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안보와 경제 모두 위기상황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보호무역주의 대두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경제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치지 못하면 안보도 경제도 거덜 날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대선 국면과 맞물려 또다시 분열양상이 전개될 경우 자칫 국가적 재앙까지 우려된다. 우리 국민들은 헌재가 숱한 논란 속에서도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을 통해 던진 사회통합 메시지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