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름을 인정해야=의견차이는 어느 사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갈등이 최근의 상황처럼 비정상으로 과격해지는 것은 ‘다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시간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과 사회적 불평등, 이념대립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남의 생각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우리 사회는 소홀했다”며 “‘틀리다’와 ‘다르다’는 같지 않은데 이를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탄핵정국 아래)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냉정함을 되찾고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무엇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일 이뤄진 헌법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 탄핵 인용 선고는 사회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국민의 의사가 탄핵이었고 헌재도 이것을 인용했다면 이미 대다수 의견으로 국민통합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화 통한 신뢰 구축이 우선=이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빈부격차, 부족한 일자리, 비정규직, 대·중소기업 문제, 세대갈등 등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믿는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앞선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상황에서는 어떤 해결책도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방법은 대화밖에 없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대화와 신뢰 구축 그 자체가 차기 정부 국정의 최고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노동개혁 등 특정 과제를 설정해놓고 대화채널은 요식행위로 여겼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도출된 결론은 쉽게 따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청년세대든 장년세대든 상대에 대해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단정해버리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아쉬워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치권이 일을 잘 못했다”며 “이제라도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과감한 사회개혁이 필요=최고의 목표는 대한민국 사회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사회갈등의 기본요소는 경제성장 지체와 불평등한 자원 배분에 있다. 성장률이 높을 때는 격차가 나더라도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침체기에는 갈등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과 같은 과도기가 더욱 철저한 사회개혁이 가능한 시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만을 갖고 있어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조적 병폐들을 이해당사자의 반발과 사회적 혼란이 두려워 머뭇거리면 향후 국가 전체적인 위기에 빠져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달간의 정치·사회적 혼란이 한국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는 갈등과 이견을 법적 절차를 통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최수문·임지훈·김정욱·김민정·박진용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