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탄핵 정국 일단락…현안 해결 목소리 내는 산업계 "G2 통상압력 대비, 경제·외교 컨트롤타워 바로 세워야"

4차산업혁명 준비는 정부-기업 합심

신성장동력 M&A에도 적극 역할 필요



석 달 이상 탄핵 정국이 진행되면서 사실상 ‘시계 제로’ 상태였던 재계와 산업계에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산적한 현안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미국과 중국의 통상 압력에 우리 기업의 보호막이 될 수 있도록 외교·경제 컨트롤타워를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그동안 중단되다시피 한 ‘4차 산업혁명’ 등 국가 신성장동력과 경제살리기,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10일 재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치 혼란이 일단락된 만큼 관심을 경제와 산업 분야로 돌려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제와 기업의 산적한 과제는 탄핵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도 관심받지도 못했다”며 “탄핵 정국이 일단락된 만큼 정부와 정치권은 시급한 현안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당장 직면한 문제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와 함께 해결해가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은 저 멀리 질주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뒤늦게 논의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마저도 중단된 모습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준비를 조금씩 해오고 있지만 기업별로 대응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들의 대응은 너무 단기적이고 조급한 모습이었다”며 “호들갑 떨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은 지금부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와 기업이 차분히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강화되는 중국의 보복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이 걸려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에 대해서도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롯데그룹은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고 현대차는 반한 감정이 커지는 중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거센 미국에서 판매 감소에 직면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도 중국의 거센 추격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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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과 석유화학업계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은 지난해 열연과 냉연 등 국내 기업의 철강재에 대한 관세 폭탄을 부과한 바 있고 국내 기업의 합성고무 제품 등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운과 조선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세계 10대 수출국의 유일한 대형 선사인 현대상선은 글로벌 선사들과의 저운임 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조선업계는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올해가 최대 고비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존폐가 사실상 조선업계의 최대 현안”이라며 “신규 수주가 제한된 상황에서 기존 수주한 선박 건조를 위한 운영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산업 영토 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들은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와 지속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통령 탄핵 등 정치 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우회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글로벌 경영에 나서고 외국 기업에 신뢰와 의지를 보여줘야 할 기업 총수들이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경영 활동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풀어야 할 현안도 만만찮다. 석유화학업계와 제조업계의 경우 탄소배출권 할당량의 재조정이 필요하고 정유업계와 에너지업계는 석유와 가스 부담이 높은 수송용 에너지에 대한 과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 휘말려 업계마다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안들이 적지 않다”며 “정부의 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전했다. /박성호·강도원·한재영기자 junpark@sedaily.com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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