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사망 시 별도의 유언 없이도 권리자에게 신속하게 예금을 넘길 수 있거나 치매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 돈을 맡겨놓고 은행이 돈의 출납을 관리해주는 치매 대비용 신탁 등 다양한 신탁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대중형 금전상속신탁상품인 ‘KEB하나 가족배려신탁’을 출시했다. 이 신탁상품은 재산을 은행에 신탁하고 귀속 권리자를 지정하면 사망 시 별도의 유산분할협의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권리자에게 지급한다. 기존 상속용 신탁상품인 ‘유언대용신탁’은 최소가입금액(금전형)이 5억원이지만 이 상품의 경우 예치형은 1계좌당 500만원에서 5,000만원 내에서, 월납형은 최저 1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시중은행에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상속·증여신탁상품을 선보였으나 이 같은 대중형 신탁상품은 KEB하나은행이 처음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은 반려동물 주인의 사망으로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KB 펫(Pet) 신탁’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에는 200만원 이상, 월 적립식인 경우에는 1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치매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 돈을 맡겨놓고 은행이 돈의 출납을 관리해주는 치매안심신탁을, 국민은행은 미국달러 가치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ETF신탁을, 신한은행은 고객의 목표수익률에 따라 ETF·채권·주식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담을 수 있는 맞춤형 신탁을 내놓은 바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위안화 특정금전신탁(MMT)’을 출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은행에서 다양한 신탁상품이 나오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그만큼 개별성향에 딱 맞는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어서다. 또 금융위원회가 올해 초 국내 신탁업 활성화를 내걸며 이르면 하반기부터 신탁업법 제도 개편을 통해 병원·로펌 등 사기업도 전업 신탁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 은행은 그 이전에 다양한 상품으로 주도권 전쟁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은행 관계자는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신탁상품 대중화가 곧 도래할 것”이라며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률 갈증에 시달리는 은행으로서는 판매 수수료만 챙기는 펀드 판매 대신 직접 돈을 굴리고 수수료도 챙길 수 있어 신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보리·조권형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