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최근 수주절벽과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건의서는 부산시가 지난해부터 수시로 간담회를 열고 직접 조선 업계의 애로사항을 발굴한 뒤 해결방안에 대한 전문가 등의 조언을 받아 만들었다.
건의서에는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제도개선, 연안 중고선박 수입억제를 통한 조선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 조선소의 기자재 최저가 입찰업체 물량 몰아주기 지양 등 3건이 담겼다. 부산시 관계자는 “건의 사항은 관계부처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입찰업체 물량 몰아주기 지양 건은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서 이달 여는 정례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 건의한 내용이 조속히 반영돼 조선업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먼저 해양수산부가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으로 대출받은 해운선사가 매년 상환해야 할 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기간을 종전 10년에서 지난해부터 15년으로 늘린 것에 대해 대출기간을 해운선사와 금융기관이 협의로 선택하도록 하고 여신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촉구했다. 대출취급 금융기관이 장기 대출에 따른 위험으로 대출상품을 출시하지 않아 대출이 안 되고 있고 대출한도 또한 등급별로 여신한도를 낮게 책정하는 등 대출기간의 일률적인 연장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 중고선박 수입억제를 통해 조선 내수시장을 부활시키고 중고선박 수출장려를 통해 조선 내수시장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건의했다. 국내 해운선사들은 연안에 운항 중인 선박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10~15년 운항한 중고선박을 수입해 오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에는 중소조선 선박 발주가 나오지 않아 중소조선소가 침체하고 선박 안전성 또한 보장하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대형조선소가 적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이를 보전하려는 방안으로 대부분 최저가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기자재업계의 어려움을 한층 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조선소가 기자재업체와 상생할 수 있도록 입찰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도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에 건의했다.
지역 조선 업계는 조선소의 기자재 최저가 입찰업체 물량 몰아주기 지양 등 이번 건의의 정부 정책 반영 여부에 관심이 높다. 최병국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제조원가 이하 출혈 경쟁을 유도하는 조선소의 최저가 입찰제는 제품 품질 낙후, 납기 지원, R&D투자 기피 등 조선기자재산업 생태계를 붕괴하고 있다”며 “조선소 최저가 입찰제를 기자재기업의 기술력과 품질, 사업경력 등을 반영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미 지난해에도 조선·해운분야 10대 과제를 정부에 건의해 공공선박 조기 발주 등에 있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