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가운데, 장관·당대표 등 공석으로 인한 대행체제가 잇따르며 사회 곳곳서 리더십 공백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된다.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창재 차관과 송수근 차관이 각각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정치권의 경우, 바른정당은 정병국 대표의 사퇴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국민연금공단도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문형표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해 직무대행체제로 들어섰다.
대행체제는 대학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구속되고 개인비리 혐의로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구속됐다 풀려남에 따라 이들 대학에서도 부총장 직무대행 체제가 가동 중이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경기 포천시와 하남시, 전남 해남군, 충북 괴산군 등에서 대행체제가 이뤄지고 있다. 서장원 전 포천시장은 성추행한 여성에게 돈을 주고 입막음 하려 한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교범 전 하남시장은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남 해남과 충북 괴산군수도 범죄에 연루돼 재판을 받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각 기관이나 단체의 ‘2인자’가 권한대행 형태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비정상적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신 일을 맡아 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대행이 늘어난 것은 상당수 조직의 리더가 예기치 않게 자리를 비우면서다. 후임자 선정도 못 한 채 일순간 수장이 물러남에 따라 리더십 공백으로 조직이 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아울러 대행의 권한이 어디까지냐의 문제도 논란거리다. 황 권한대행이 헌재 소장 임명을 할 수 있느냐를 놓고서 벌어진 논쟁이 대표적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간 기업도 아니고 공공부문에 대행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대국민 서비스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임기를 제대로 마치는 것이 공공조직 수장의 의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