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퇴임사 전문]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서 6년

여성 재판관이라는 무게

민주주의의 요체는 다른 의견 존중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 퇴임사>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마치고, 정든 헌법재판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지난 6년, 그리고 30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흔히 얘기하듯이, 큰 과오 없이 무사히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는 점,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모든 것은 여러 재판관님들과 헌법재판소의 모든 가족 여러분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헌법재판관이라는 자리는 부족한 저에게 참으로 막중하고 무거웠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였습니다.

또한 여성 재판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여성이 기대하는 바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때, 어떤 판단이 가장 바르고 좋은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저의 그런 고민이 좋은 결정으로써 열매 맺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세계정세는 급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내부적 갈등과 분열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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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하였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였습니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 《한비자》)는 옛 중국의 고전 한 소절이 주는 지혜는 오늘도 유효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 그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늘 헌법재판소를 신뢰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고 그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헌법재판소에 주신 국민 여러분의 격려와 기대, 비판과 질책은 모두 귀하고 값진 선물과 같았습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장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뒤 로비에서 재판관 및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장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뒤 로비에서 재판관 및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그 동안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 동안 혹시라도 저로 인하여 상처를 받으시거나 서운한 일이 있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시길 빕니다.

헌법재판소가 늘 국민의 행복을 실현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큰 역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늘 함께 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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