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미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미국이 전직 관료들을 중심으로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재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조지프 디트라니(사진)는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은 6개월마다 비공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비공식 회의를 소집하기 위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와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지난 2005년 부시 행정부 때는 북핵 협상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번 협의는 미 전직 관료 등이 참여하는 반관반민 성격을 띠며 정부 간 공식 대화에 앞서 양측의 견해를 파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협의가 성사되면 양국의 외교당국 공식 협의에 앞선 예비협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도발을 중단시킬 모멘텀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미 간 비공식 회동에서는 이렇다 할 수확이 없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지난해 10월21~22일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와 함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의 한성렬 외무부상과 장일훈 유엔 주재 차석대사 등을 비공식적으로 접촉했으나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약속하지 않은 채 미국과의 평화조약 체결을 요구하는 등 양측 입장 차만 확인했다. 지난달에는 도널드 자고리아 미 외교정책위원회(NCAFP) 부회장 주도로 반관반민 대화채널인 ‘트랙1.5’가 추진됐으나 김정남 암살에 유엔이 금지한 화학물질 ‘VX’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발됐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계속되는 미사일 실험이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에 실존적인 위협이 된다”며 북한이 당장 도발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이어간다면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 유엔은 추가 제재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