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주장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타워 ‘도청’ 의혹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며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백악관은 열흘 전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이 사전적 의미의 전화 도청을 말한다기보다는 광범위한 의미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사찰행위를 지적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도청이라는 단어를 광범위하게 사찰이나 다른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했다”며 사전적 의미로 도청을 말한 게 아니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청했다’고 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 개입을 비난한 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를 광범위하게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스파이서 대변인은 “2006년 대선에서 발생했던 사찰이나 다른 활동들에 관해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행위를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해 대선 당시 불법사찰 등이 이뤄졌다는 주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 사안에 대한 조사에 나선 하원 정보위원회는 이날까지 법무부에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CNN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하원 정보위원회가 법무부에 이날을 증거제시 마감시한으로 정했으며 정보기관들에도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 등과 관련된 기록의 확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어떤 증거를 제시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별다른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날 방송에서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해졌다. 콘웨이 고문은 전날 뉴저지 지역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자레인지도 카메라로 변할 수 있다. 전화와 TV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누군가를 감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는 일반론을 밝힌 것이라며 뒤로 물러섰다. 이에 대해 여당인 공화당 소속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전날 방송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위원회뿐 아니라 미국인에게 도청 주장의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며 “만약 증거가 없다면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역시 최근 증거를 보았느냐는 CBS의 질문에 “본 적 없다”고 답했다. 하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아담 쉬프(캘리포니아) 의원은 방송에서 “증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트위터에 “끔찍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승리 직전 트럼프타워에서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방금 알았다”고 적어 논란이 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의 이 같은 도청 의혹에 대변인을 통해 “거짓말”이라고 말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을 의심스러워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