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부총재는 16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은과 대한상의가 공동으로 개최한 ‘2017년 글로벌 ’빅4‘(미국·EU·중국·일본) 정세변화와 정책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평가했다.
장 부총재은 “최근 글로벌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며 “빅4의 위험요인들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교역과 우리 수출의 회복세를 제약하고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 변화 등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미국의 트럼프 신정부가 글로벌 무역체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들을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등은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다음 달 환율조작국 지정 등도 시장의 걱정을 키우는 사안이다.
장 부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과 관련해 “이번 금리 인상은 충분히 예상됐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금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인상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와 관련해 장 부총재는 “과도한 기업 부채, 과잉설비 등 구조적 취약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통상 및 환율 문제가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도 문제로 봤다. 장 부총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프랑스 대선, 그리스 채무이행 등의 전개 방향이 매우 불확실하다”며 “EU 또는 유로체제가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경제는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에 힘입은 부분적 개선 움직임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지속가능한 성장과 디플레이션 탈피로 이어질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장 부총재는 우리 경제가 대내외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장 부총재는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상황과 외환보유액 규모,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및 외화차입 여건 등이 양호해 어느 정도의 대내외 충격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며 “정부와 한은이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의 안정을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