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년째 이어진 박스권 돌파를 위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수만 이겨낸다면 시장은 올 상반기 사상 최고치인 2,230선도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강화되고 선진 증시 대비 저평가된 국내 증시의 매력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하며 최근 랠리를 이어온 코스피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는데다 미 달러 강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올 상반기 증시 최대 변수로 꼽혔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시장의 예상대로 나오자 코스피도 화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80%(17.08포인트) 오른 2,150.08포인트에 장을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지수는 개장 직후 2,156.85포인트까지 치솟으며 2015년 4월29일(2,156.24포인트) 이후 1년 11개월 만에 2,15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71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9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시사로 외국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외 굵직한 이벤트가 해소된 만큼 상장사의 이익 증가에 비해 저평가된 국내 증시의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과 신흥국 대비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MSCI 국내 증시의 PER는 선진국 증시 PER의 56.28%에 머물고 있고 신흥국 증시 대비로도 79% 수준에 그친다.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 속도를 증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증시가 기초체력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로 투자 매력이 더욱 크다. 이달 초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퍼질 때 외국인이 반대로 국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3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중 절반이 전기·전자, 금융, 화학 등 실적개선 업종에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코스피의 저점이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해 1월11일 2,050포인트를 돌파한 후 지금까지 2,050선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는 2011년 5월2일 기록한 2,228.96포인트이며 장중으로는 같은 해 4월27일 기록한 2,231.47포인트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금리 인상은 경기 호전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에 호재”라며 “당분간 경기 호전과 기업 실적개선 전망도 우세해 증시는 박스권을 뚫고 전 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