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금융감독원과의 합동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금리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중견기업 회사채 발행을 지원할 것”이라며 “채권시장 불안이 우량등급까지 확대되는 등 채권시장 경색이 심화하는 경우에는 지난해 준비를 완료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즉시 재가동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이 준비한 회사채 시장 대응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금융위는 우선 신규 발행하는 중소·중견기업의 BB~A등급 회사채를 대상으로 6,000억원 규모의 인수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중소·중견기업 발행 회사채 중 팔리지 않는 물량을 산업은행이 매입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을 거친 뒤 등급을 나눠 시장에 다시 넘기는 구조다. 부족한 신용은 신용보증기금이 일부(70%) 보증한다.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한 프로그램도 1조6,000억원 규모로 운용한다. 3,000억원은 신규 발행, 1조3,000억원은 기존 채권을 갚기 위한 차환 발행에 투입한다. 중소기업 회사채를 SPC가 인수한 뒤 신보의 100% 신용보강을 거쳐 시장에 넘기는 식이다.
당국은 또 회사채 시장 전반의 수급불안이 현실화하면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지난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91개 금융회사가 투자가로 참여해 10조원 규모로 조성된 후 당시 5조원 규모로 가동된 적이 있다. 금융당국은 한동안 잠자고 있던 펀드의 재가동에 대비해 투자업체를 84개로 조정하는 등 지난해 말 준비작업을 마무리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재가동이 결정되면 캐피털콜(Capital Call·필요시마다 자금지원) 방식으로 10조원 이상을 동원할 수 있다.
당국이 비우량 회사채 지원에 나선 것은 금리 인상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업체의 자금난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시장은 AA- 이상 우량물과 그 이하 비우량물 간 양극화가 확대되는 추세로 올 들어 2월까지 BBB+ 이하 등급의 회사채 순발행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00억원 줄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들의 채권 발행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정 부위원장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