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미 해군 칼빈슨호가 입항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모든 전략자산이 북한군의 조준경에 들어 있다’고 위협했다. 바꿔 말하면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다. 당연하다. 흔히 미 해군의 항공모함은 웬만한 중소 국가의 항공전력을 웃돈다고 얘기하지만 항공모함뿐 아니라 호위함정까지 포함하면 항모전단 하나만으로도 세계 7~8위권의 해군 전력에 버금간다.
칼빈슨 항모전단만 해도 순양함 및 구축함 5척의 호위를 받는다. 이 중에는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갖춘 이지스 후기형을 탑재한 함정도 있어 탄도미사일 방어까지 가능하다. 한국 해군에는 없는 기능이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핵추진 잠수함이 딸릴 경우 전력은 급상승한다. 잠수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오하이오급이라면 항모전단 1개의 능력은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설령 오하이오급이 없더라도 미 해군의 항모전단은 로스앤젤레스급 이상의 공격용 핵잠수함의 호위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로는 어느 나라든 대항할 함대가 없다. 중국이 건조한 랴오닝급 항공모함도 미국 항모에 비하면 크기는 3분의2, 탑재 항공기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실전 상황에서 성능은 더욱 차이가 있다. 칼빈슨호는 30초마다 항공기를 이륙시킬 수 있는 반면 랴오닝호는 최소한 1분 이상이 걸린다. 칼빈슨호는 동시 이·착함이 가능하지만 랴오닝호는 불가능하다.
미 해군은 칼빈슨호와 동급인 니미츠급 항모를 10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니미츠급보다 전력이 30% 이상 뛰어나다는 제럴드포드급 항공모함을 3척 이상 건조할 계획이다. 척당 건조비용이 104억달러 이상인 포드급은 장기적으로 10척까지 건조돼 니미츠급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 항모에 견줄 수 있는 핵추진 항공모함을 오는 2020년부터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설령 규모가 같은 항모를 건조할 수 있어도 함재기와 호위 선단의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양안(중국과 대만) 간에 본격적인 정규 항공모함 이하의 경쟁이 치열해질 조짐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대만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일본의 이즈모급 호위함(헬기 항모)을 추종한 헬기 항공모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대만이 한국 해군의 독도함보다도 크고 성능이 뛰어난 헬기 항모를 건조할 경우 동아시아에서 소형 항모 건조 경쟁이 보다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형 항공모함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미국제 F-35B 라이트닝 전투기를 탑재하고 이지스급 함정의 지원을 받을 경우 랴오닝급에 필적하는 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