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부동산 투자도 스타벅스처럼?

건물주 '귀하신 몸' 스타벅스 모시기

건물가치 뛰고, 상권 살리고, 임대수익은 덤

'甲이 된 명품 임차인'

임차인에 맞춤형 리모델링 제공까지

"착시효과 ...투자 신중해야" 지적도

# 지방 광역시 도심에 땅을 갖고 있는 A씨는 고민 끝에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와 입점계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최소한의 건물만 짓고 땅의 부가가치를 높여보겠다는 의도였다.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여러 곳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그는 스타벅스를 고집했다. 그는 “무인도에 가게를 내도 이익을 내고 인근 상권을 바꿔버리는 게 스타벅스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매매하기 편하고 사업성이 좋으면 제대로 건물을 올려도 좋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 지하철 2·6호선 합정역과 연결된 상가 딜라이트스퀘어는 좋은 입지와 축구장 7개 규모의 대형 상가임에도 고전했다. 지난 2015년 6월 임대·분양이 시작된 후 1년 넘게 텅 비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교보문고가 입점을 결정하면서 전체 253개 매장 중 160개의 임대가 완료됐고 37개 매장이 분양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교보문고가 들어오기 전 그 텅 빈 상가에 스타벅스는 이미 입점해 있었다는 점이다.






세계 70여개 나라에서 2만5,000여개 매장, 국내에서도 진출 17년 만에 매출 1조원, 점포 1,000개를 돌파한 스타벅스. 이 브랜드는 백화점·건물주들이 모시고 싶은 임차인이자 커피 업계의 ‘루이비통’ ‘샤넬’로 대접받고 있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성업 중인 식음료 브랜드 중 가장 주목받는 스타벅스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속적인 임대수익은 물론 일대 상권을 살려 부동산 부가가치까지 높이는 ‘랜드마크’라는 것이다. 이제는 돈 되는 자리에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게 아니라 스타벅스가 있는 곳에서 수익이 난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앞선 사례처럼 건물주는 스타벅스 콘셉트에 맞춰 건물을 설계하거나 리모델링하고 정액 임대료가 아닌 수수료 매장(매출의 일정 비중을 임대료로 내는 것)의 조건까지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일반적인 카페 프랜차이즈 매장이 매출의 20% 안팎을 임대료로 낸다면 스타벅스는 15~17%까지 내려간다. 인근에 추가 매장을 내지 않겠다는 보장도 없고 다른 건물보다 고급 외장재를 써야 해 부담이 2배가량 늘어나는 계약이지만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스타벅스나 자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은 일대 상권을 바꾸고 건물 임대료·자산가치까지 올려주는 임차인”이라며 “실제 ‘스타벅스 효과’에 대한 논문까지 있을 정도로 검증된 ‘앵커 테넌트’로 대접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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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도 “프랜차이즈 본사는 일반인의 상상 이상의 엄격한 상권 분석 이후에야 매장을 내고 특히 스타벅스의 출점 심사는 유명하다”며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사라지는 가운데 살아남은 스타벅스나 파리바게뜨 등의 매장이 있으면 일단 상권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대학가나 오피스 밀집지역이 아닌 구도심 시장이나 신도시 매장의 경우 심리적인 비중 자체가 다르다”며 “입점에 따른 가치 상승을 수치화하기는 힘들지만 상위 5% 브랜드는 최근 20여년 사이 더 ‘갑’이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작정 스타벅스·자라 등 매장이 있는 건물이나 상권을 따라가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많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대형 매장이 들어서면서 일시적으로 일대 상권을 과대 평가하거나 착시 효과까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안 연구원은 “단지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고 인근에서 비슷한 업종을 창업하거나 건물 임대사업을 추진하는 ‘맹신 투자’는 위험하다”며 “A급 브랜드가 대형 매장을 내면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착시·후광 효과가 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A씨도 ‘스타벅스 효과’에 기댄 부동산 투자의 위험성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 그는 “사실 최근 10년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부동산 가치를 올리고 수익을 내는 게 가능했지만 앞으로 10년도 가능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내 경우처럼 당장 사업하기 어려운 땅을 활용하는 측면이라면 모르겠지만 굳이 손해를 봐 가며 (스타벅스) 매장을 유치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날 지난해 매출이 1조28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며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17년 만이다. 2015년 매출 7,739억원보다는 29.6%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54억원으로 전년보다 81.2% 증가했다.

이재유·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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