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국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다각도 외교전에 나섰다.
오는 9월 4선 연임 도전을 위한 총선을 앞두고 외교적 선공을 본격화해 유럽연합(EU) 최대 국가인 독일의 기치를 높이고 연임 교두보도 쌓는다는 포석이다.
16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로 출발하기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회담에서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에 대한 양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전기차 제휴 확대 등 주요 무역 관심사도 논의했다. 징벌적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대응해 독일 및 주요국의 입장을 재표명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우회 압박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또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해 미국 방문길에 지멘스·BMW 등 독일 대표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동했다. 사업가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트럼프 정부와 보다 효율적인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발길을 끊었던 러시아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오는 5월2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러시아행이 자국 총선에 대한 러시아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첫 만남에서 무역 및 환율정책부터 이민정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분담금 증액, EU 통합, 대러시아 전략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CNN은 “미국과 EU 전체의 관계를 사실상 정립하는 이번 만남에서 양 정상 모두 우호 관계를 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