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굴기’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이 특히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시장조사 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상위 50개 팹리스 업체 중 중국 업체가 11곳에 달했다. 지난 2009년만 해도 상위 50개 업체 중 중국 업체는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한 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하이실리콘·ZTE마이크로·스프레드트럼·다탕 등 11곳으로 급증했다. 중국 업체들의 매출 기준 세계 점유율도 2010년 5%에서 지난해 1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중국 업체들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전체 팹리스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화웨이 등 자국 스마트폰 산업 발전과 함께 특히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중국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성장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팹리스·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736개에 불과하던 중국 팹리스 업체는 지난해 1,362개로 늘었다.
중국이 특히 반도체설계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산업은 개인용컴퓨터(PC)와 모바일의 두뇌인 프로세서 설계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등 급성장하는 산업에 필요한 핵심으로 부상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도체설계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겠다는 중국의 야심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지만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국내 팹리스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3년 2.1%를 기록한 후 매년 점유율이 줄고 있다. 지난해 50위권에 든 기업도 LG그룹 계열의 실리콘웍스가 유일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반도체에만 편중된 상황이지만 팹리스·파운드리 등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 저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