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기로에 선 빅2 기업 구조조정 해법은 -금호타이어] 中자본 먹튀 없게 확실한 비전 갖춘 곳에 줘야

시간에 쫓겨 매각 서두르다

제2쌍용차 될라 채권단 고민

"국익 고려해 신중히 판단을"

문재인 前대표도 공개적 주장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매각을 앞두고 ‘제2의 쌍용차 먹튀’ 논란 확산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쌍용차는 중국 자본에 매각됐다가 핵심기술만 빼앗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중국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할 경우 이 같은 우려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인수 계획을 밝힐 당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 생산설비에 추가로 투자하고 경영진과 종업원의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인수 첫해 1,03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자 인수 1년 반여 만에 대규모 해고 계획을 밝히면서 노사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히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의 경영실적 악화를 이유로 2009년 1월 경영권을 포기했다. 이후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를 운영한 4년간 단 한 푼의 투자도 하지 않은 채 매각 협상 당시 합의한 기술 이전료 1,200억원 중 절반인 600억원만 지급했다. 기술만 챙기고 튄 상하이자동차의 행태는 외국자본 먹튀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두고두고 국내 산업계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금호타이어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시간에 쫓겨 매각을 서두르다 보니 ‘제2의 쌍용차’가 될 수 있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환경문제 등으로 현지 타이어공장에 대한 신규 인허가나 증설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중국에는 기존에 허가된 타이어공장 이외에는 더 이상 신증설이 막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타이어사업을 하는 업체는 금호타이어의 중국 공장에 매력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 추가적인 타이어공장 인허가가 나지 않다 보니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의 희소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금호타이어 공장의 경우 강성 노조는 물론 고임금으로 투자부담이 커 중국 공장에 비해 약점으로 꼽힌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중국과 광주·곡성·평택 등 한국 공장 모두를 인수해 재투자를 해야 하지만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국내보다는 중국 공장에만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때문에 더블스타가 인수하더라도 금호타이어 국내 공장에 대한 적극적인 시설투자나 연구개발(R&D)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셧다운(폐쇄) 우려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된다고 해도 금호타이어 정상화의 핵심 관건은 노사관계”라며 “중국 업체가 인수했을 때 박삼구 회장 측이 인수했을 때보다 매끄럽게 노사 관계가 마무리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먹튀가 되풀이되지 않게 확실한 경영비전을 갖춘 곳에 기회를 주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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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유력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매각의 우선원칙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중국에 매각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쌍용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금호타이어 공장의 고용인력은 3,800명으로 감원이 단행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역 경제계의 반발도 키우고 있다. 20일 열리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컨소시엄을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마련해오는 방안을 허용할지 여부를 안건으로 부의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로 풀이된다. 채권단으로서는 더블스타의 고용 진정성, 생산시설 투자, 기술유출 논란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각을 강행하면 제2의 쌍용차 논란이 불가피해질 수 있어서다.

금호그룹 측은 이미 인수 가격 등이 공개된 만큼 컨소시엄이 허용되기만 한다면 외부에서 자금수혈을 받아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인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법 등을 핵심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더블스타로 결정한 산업은행은 “인수 후보 선정 당시 고용승계 등의 방침도 충분히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감원과 생산시설 이전, 기술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이미 과거부터 나오던 우려”라며 “이 시점에서 일정 변경 등의 사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더블스타의 2015년 매출은 5,129억원으로 2조원이 넘는 금호타이어 매출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해 애초부터 ‘새우가 고래를 먹는 격’이라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흥록·강도원기자 rok@sedaily.com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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