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서 만나는 신격호(왼쪽부터) 롯데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격호 회장의 부인 서미경씨. /연합뉴스·서울경제DB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씨가 돼 검찰 수사까지 번진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의 1차 재판이 20일 진행된다. 이날 신격호(95) 롯데 총괄회장과 신동빈(61) 롯데 회장,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물론 실형을 선고받은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인 서미경(57)씨가 모두 한 법정에서 만난다. 그동안 일본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씨는 사건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얼굴을 내밀게 된다. 이와 관련, 신동빈 회장의 유죄가 인정되면 겨우 안정되나 싶었던 롯데 경영 구도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롯데 경영비리 첫 재판을 시작하고 다음달부터는 매주 2~3차례씩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신 총괄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 5명은 각각 횡령·배임 혹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황각규(62) 경영혁신실장(사장), 소진세(67) 사회공헌위원장(사장), 강현구(57) 롯데홈쇼핑 사장, 채정병(67) 전 롯데카드 사장 등 전·현직 롯데 고위임원도 재판 대상이다.
첫 공판에는 모든 피고인의 출석을 강제하는 원칙에 따라 신 총괄회장 3부자와 임원들은 법정에 나온다. 서씨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경고에 뒤늦게 재판정 출석을 결정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수사를 벌이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부당 거래, 탈세·배임·횡령 여부를 들여다봤다. 수사 결과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장녀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차명 주식을 불법 증여하면서 6,000억원대 탈세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에게서 경영권을 인정받는 대가로 형 신 전 부회장과 서씨 모녀가 수년간 계열사 7~8곳 등기임원에 이름만 올리면서 508억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에게는 또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가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롯데시네마 매점을 불법 임대해 774억원의 이득을 챙기고 그만큼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것을 허락한 혐의도 적용됐다.
현재 피고인들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신 이사장은 롯데백화점·면세점에 입점시켜주는 대가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 여러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합계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앞선 재판에서 이미 실형이 언도됐다. 그는 아들 명의로 소유한 BNF통상을 통해 근무도 안 하는 세 딸에게 급여 명목으로 35억6,000만원을 지급하고 1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까지 더해 올 1월 1심에서 징역 3년, 추징금 14억원을 선고받고 항소를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측이 롯데에서 입수한 회계장부 등 각종 자료에서 검찰 수사의 실마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 경영권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과 한국·일본 롯데 임직원의 지지를 받는 동생 신 회장이 쥐고 있다. 다만 신 회장이 이번 재판에서 자칫 집행유예 이상의 징역형을 받고 주주들의 신임을 잃는다면 롯데 경영권의 앞날은 다시 불확실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