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아베노믹스 4년의 일본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최근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로 선출된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사진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2월에, 아베 신조 정부는 2012년 12월에 출범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출범했지만, 3월10일의 탄핵 인용으로 박근혜 정부는 막을 내렸다. 4년 전 한일 양국의 새정부 공약을 비교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창조경제’가 무슨 뜻인지 개념을 둘러싼 추상적 논의가 많았다. 아베 정부는 구체적이었다.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세 개의 화살을 들고나왔다. 대규모 금융 완화, 과감한 재정 투입, 성장과 구조개혁 프로그램이 세 개의 화살이다. 또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물가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는 무제한 양적 완화를 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성과도 없이 재정적자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고 지속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일본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하는데 맨 마지막 과제로 둔 게 문제라고도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보자. 우리 경제는 2%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업이나 내수 부진도 심각하다. 특히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일본보다 두 배나 높다. 아베 정부는 물가상승률 목표치(2%)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고용이나 생산 측면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심지어 외국인들은 한국도 아베노믹스를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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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능력과 경험도 달랐겠지만 ‘전략’의 차이도 컸다. 아베 정부는 집권 초기에 강력한 금융·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했다. 경제정책의 목표와 수단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구조개혁이나 헌법개정 같은 논란이 큰 사안은 정권의 지지기반이 확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양적 완화와 같은 금융정책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확장적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병행했다. 국민소득 증대와 내수부양을 위해 민간기업을 지원해주고, 그 대가로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우리 대선주자들도 아베 정부의 전략 방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위해 대선 후 곧바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수립한다. 경제정책의 목표와 수단은 구체화해서 제시한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금융정책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 특히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증가 및 경제성장 효과가 큰 인프라 투자확대를 추진한다. 획기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그 과실을 근로자와 사회가 나눠 갖도록 한다. 구조개혁을 비롯해 정치적 논란이 큰 문제는 새정부의 지지기반이 확보된 뒤에 추진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대선후보들의 경제공약을 보면 전략적이라기보다는 단편적이다. 경제정책의 목표와 수단도 모호하다. 정책의 선후나 우선순위도 없어 보인다.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연정에 기반한 정부의 권력이나 주도권은 약할 수밖에 없는데 조기 대선을 치르다 보니 대선 후 국가 운영 전략을 가다듬을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다. 이대로 가면 차기 정부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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