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치슨 라인은 미국 국무장관인 딘 애치슨이 지난 1950년 1월12일 전미신문기자협회에서 ‘아시아에서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한 연설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선을 방위선으로 설정해 공산주의 세력의 확장을 막는 전략을 골자로 한다. 이 연설은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뒤흔들었다. 한반도와 인도차이나 반도가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되면서 이 지역이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든 것이다. 애치슨의 연설이 있은 지 약 5개월 후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베트남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애치슨 라인은 “미국은 한반도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일성의 오판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미국이 의도적으로 한반도를 방위선에서 제외함으로써 북한의 남침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으로까지 번졌다. ‘일본은 동맹, 한국은 파트너’라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최우선 동맹으로 여기는 애치슨식 사고방식의 발로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갖춰 미국으로부터의 ‘방기(放棄)’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애치슨 라인’의 교훈에서 유래한다. 동맹의 딜레마 중 하나인 ‘방기’는 전쟁 발발 등 결정적인 순간에 동맹국으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