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4사 1노조’를 유지하기 위한 노조 규약 개정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대의원 반대로 부결됐다.
이날 투표는 다음달 3일자로 공식 출범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장비·현대로보틱스 등 분할 4개사의 노조가 단일 노조로 사측 대표단과 교섭하기 위해 치러졌다.
하지만 투표 대의원 127명 가운데 51명(40%)이 반대해 노조 규정 개정에 필요한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지 못했다. 노조 집행부의 ‘4사 1노조’ 주장에 현장에서 근무하는 조합원 상당수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분사되면 현대중공업은 산업군이 완전히 다른 4개 회사가 된다”면서 “분할돼 떨어져 나가는 회사 직원들 입장에서는 조선 경기 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동일한 임단협 조건을 적용받기 싫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4사 1노조가 되면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장비·현대로보틱스도 현대중공업과 동일한 임단협을 적용받게 된다. 회사 측은 4사 1노조를 인정하면 분사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투표 부결로 4사 1노조를 통해 세력을 잃지 않으려 했던 노조 집행부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임단협에서 집행부가 주장하는 사측의 임단협안 철회 명분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사측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1년간 전 임직원의 기본급을 20% 반납하고 대신 연말까지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같은 고통 분담을 거부하고 있다. 조선 빅3 가운데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급여 10~20% 반납, 무급 순환휴직 실시 등 임직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고통을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