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의 나이에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축구선수가 된 킬리안 음바페(AS모나코),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경쟁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소속의 2파전을 깨버린 앙토니 모데스테(쾰른). 이들처럼 요즘 ‘뜨는’ 선수들은 대부분 프랑스 출신이다. 지난 16일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침몰시키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선 음바페는 최근 9경기에서 13골을 몰아넣고 있다. 올 시즌 프랑스 리그1 기록만 따지면 22경기 12골 5도움. 벌써 제2의 티에리 앙리로 불리는 이 다재다능한 공격수의 영입전에 맨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리버풀 등 이름있는 웬만한 구단들은 죄다 뛰어들었다. 올 시즌 잠재력이 폭발한 모데스테는 분데스리가 득점 2위(22골)다. 피에르 오바메양(도르트문트·23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뮌헨·21골)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름 이적시장을 강타할 또 다른 특급 기대주 무사 뎀벨레(셀틱), 도르트문트의 치명적인 미드필더 오스만 뎀벨레, 음바페와 함께 모나코를 프랑스 리그1의 1위에 올려놓은 티에무에 바카요코 역시 프랑스 출신이다.
프랑스 축구 팬들에게 2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폴 포그바(맨유)와 첼시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두 질주를 이끄는 은골로 칸테는 이미 오래된 스타다. 오스만 뎀벨레와 무사 뎀벨레가 이제 스무 살, 스물한 살이고 맨유의 앙토니 마르시알이 22세라니 그럴 만도 하다.
프랑스축구가 ‘마르지 않는 샘’ ‘화수분’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프랑스에 뿌리내린 다문화주의에서 찾는 게 가장 손쉽다. 최근에는 잇따른 테러 탓에 이민정책 수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전통적으로 프랑스는 이민에 관대한 대표적인 나라다. 축구선수들 중에 유독 아프리카계가 많은 것과도 관련 있다. 음바페는 아버지가 카메룬, 어머니가 알제리 출신이며 파리에서 태어난 칸테의 부모는 말리 사람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유연성을 물려받은 원석들은 프랑스의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 속에서 보석으로 성장했다. 프랑스 전역에는 프랑스축구협회가 직접 관리하는 12개의 엘리트 아카데미가 있는데 그중 파리와 인근의 13~15세 유망주들을 관리하는 클레르퐁텐이 가장 유명하다. 1988년 문을 열어 앙리, 니콜라 아넬카, 올리비에 지루 등을 배출했다. 학생들은 주 5일을 이곳에서 합숙하고 공부는 인근 학교에서 한다. 아카데미에 머무는 동안 모든 경비는 협회가 부담한다.
프로구단 산하 유소년팀들도 정평이 나 있다. 과거 유명선수 영입에 집중하던 모나코 역시 경쟁 구단인 파리 생제르맹에서 유소년 지도자를 스카우트해오는 등 최근 3년 새 육성정책으로 돌아선 뒤 유럽 전체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음바페가 바로 클레르퐁텐-모나코 유소년팀 코스를 밟았다. 그는 열한 살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등 주요구단 유소년팀의 구애를 받았지만 프랑스를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 됐다. 프랑스에서는 1부리그뿐 아니라 2부리그 전체 20개팀도 유소년 아카데미를 운영해야 한다. 협회 규정이다. 프랑스 서북부의 작은 마을 르아브르를 연고로 하는 2부리그 르아브르의 유스팀은 포그바와 디미트리 파이예(마르세유)를 길러냈다.
1998 월드컵 유치를 계기로 프랑스는 무엇보다 유소년 시스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 그 결과가 최근의 알찬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육성 시스템의 차별성은 사실 선수 육성보다 지도자 육성에서 더 두드러진다. ‘위대한 선수는 훌륭한 지도자가 만든다’는 철칙 아래 지도자 선발에 훨씬 더 공을 들인다. 유소년 축구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가장 어려운 나라로 꼽힐 정도로 선발과정이 까다롭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에서 지난 2015년 협회 간 협약을 통해 프랑스의 지도자 라이선스 과정을 배워가기도 했다.
오는 26일에 있을 월드컵 유럽예선 룩셈부르크전과 29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은 유럽 주요구단 스카우트들의 만남의 광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이후 태어나 프랑스 대표팀에 소집된 최초의 선수 음바페를 비롯해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굴 주인공들이 모두 프랑스 대표팀에 모이기 때문이다.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