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는 일반인들은 요즘 자신의 계좌를 보면 화가 치민다. 삼성전자(005930)가 주가 200만원 시대를 열었고 코스피가 연중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내 잔액은 2년째 마이너스다.
국내 주식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에게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최근 시장을 정보력과 자금력에서 앞선 외국인이 이끌다 보니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은 6년 만에 찾아온 상승장에서도 철저히 소외받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가 이달 들어 연중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증시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평균 고객예탁금은 21조7,784억원으로 지난달 평균 21조8,564억원보다 약 1,000억원 줄었다. 월 평균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10월 22조1,257억원에서 11월 22조1,564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12월 21조7,057억원, 올해 1월 21조8,555억원 등 감소 추세에 있다. 고객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 놓았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금액이다. 앞으로 증시가 좋을 것으로 판단되면 고객예탁금은 늘지만 반대인 경우 정체되거나 감소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신용융자잔액도 올 들어 7조원 초반대에서 멈춰 있다. 코스피는 올 들어 전날까지 7.51% 오르며 2011년 5월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228.96포인트)에 도전하고 있지만 개인의 투자 심리는 여전히 한겨울이라는 얘기다.
개미들은 수익률 게임에서도 외국인에 밀린다. 개인은 이달 들어 KT&G(033780)(-5.45%), 셀트리온(068270)(-11.09%), 현대모비스(012330)(1.20%), 호텔신라(008770)(-11.31%), SK하이닉스(000660)(-0.31%) 등을 가장 많이 사들였는데 하나같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60%)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외국인은 현대차(005380)(14.48%), 삼성전자(7.15%), LG전자(066570)(8.60%), KB금융(105560)(5.31%), SK이노베이션(096770)(6.67%) 등 순매수한 상위 종목이 모두 시장 수익률을 두 배 이상 앞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주도하는 절름발이 장세로는 코스피가 대세 상승 국면으로 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얼어붙은 개미 투자자의 심리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그동안 장을 이끌었던 외국인이 1,109억원 순매도로 돌아서자 전날대비 0.46%(10.08포인트) 떨어진 2,168.30에 장을 마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전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성장정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급락하면서 외국인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지수 착시 현상이 심화하면서 외부 요인에 지수 변동성이 커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코스피가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얻으려면 개인의 투자 심리 회복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