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로서는 피고 측에 궁금한 사항이 네 가지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 임원들의 뇌물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 23일,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는 피고인석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이 부회장이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판단하기 위한 네 가지 쟁점이었다. 법원은 다음달 초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공판에서 질문들의 답을 구하며 이 부회장의 유무죄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판사가 던진 첫 번째 물음은 삼성그룹이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과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댄 것이 사실인지, 만약 사실이라면 왜 지원했는지다. 두 번째는 이 부회장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지원을 결정했는가다.
김 부장판사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최씨 사익을 추구하는 창구로 변질한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피고 측에 물어봤다. 그는 마지막으로 “삼성전자가 최씨 소유의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맺은 컨설팅 계약이 허위인지, 만약 허위라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도 답해달라고 변호인단에 요구했다.
김 부장판사가 던진 질문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 부회장을 433억원 규모의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담은 내용이다. 따라서 재판부가 핵심쟁점에 대해 소명할 것을 변호인단에 요구한 셈이다. 재판부가 답변시한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으나 오는 31일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이 부회장 측이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다.
재판부는 다음달 5일 또는 6일 이 부회장의 첫 공판을 열고 매주 2~3차례씩 집중 심리를 통해 재판을 빠르게 진행할 방침이다. 특검법에 따라 이 부회장 재판은 기소일(2월28일) 후 3개월 안에 1심 선고가 나야 한다.
하지만 여론의 큰 관심 속에 담당 재판부가 잇따라 재배당을 신청해 형사합의27부가 벌써 세 번째 재판부가 됐다. 변호인단은 “특검에서 넘겨받은 증거기록이 2만5,000여쪽에 달하고 조사를 받은 인원도 213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해 재판 준비에 시간을 달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1심 선고일자가 시한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종혁·변수연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