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금융안정회의]美 금리 더 뛰면 생계형 자영업·조선·철강업 타격

생계형 자영업자 10분의 1 연체 경험

금리 인상 땐 철강·조선업 가장 영향

한국 금융시장 안정·복원력 양호 진단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중 금리가 더 뛰면 생계형 자영업자와 조선과 철강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 금리 인상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두고 가하는 무역 보복에도 우리의 전체적인 금융상황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23일 올해 처음 금융안정회의를 열어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경제적인 파장에 대한 사안 등을 논의했다. 올해부터 매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열리던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는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됐다. 한 달 이상 긴 흐름으로 국내외 경제를 진단하기 위해서다. 대신 금통위가 열리지 않은 3월과 6월, 9월, 12월은 금융안정회의가 열린다.

회의 후 브리핑에서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미 금리 인상 등) 리스크 증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금융시스템의 복원력, 즉 대내외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시장은 지난해 4·4분기 이후 가계신용 증가세가 이어지는 반면 기업들의 대출은 둔화됐고 채권과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안정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의단계(8)를 밑돌고 있다. 해외에서 받을 돈인 순대외채권도 지난해 말 기준 4,034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789억달러 늘었고 외환보유액은 2월 기준 3,789억달러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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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를 경우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가운데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차주와 조선업 등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업종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한은은 “(미 금리 인상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된 가운데 가계신용의 급증세가 지속되고 있고 취약업종 대기업의 잠재리스크 상존 등으로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는 다소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위험에 노출된 부분은 최근 늘어나는 자영업이다.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등으로 자영업자 수는 2월 말 기준 552만1,000명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21만명이나 늘었다. 자영업 대출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480조2,000억원을 기록해 2015년(422조5,000억원)보다 58조원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생계형 자영업자다. 자영업 사업자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는 지난해 말 기준 0.3%로 전체 가계대출과 동일하고 중소법인 대출(0.8%)보다 낮다. 하지만 전체 자영업 대출 가운데 9.9%(42조8,000억원·가계금융복지조사 432조6,000억원 기준)가 생계형 가구(69만6,000만가구)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체 경험은 9.8%로 비생계형(3.4%)에 비해 세 배가량 높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 연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뛰면 기업들의 이자 비용도 늘어난다. 금리가 50bp(0.5%), 100bp(1%), 150bp(1.5%) 뛰면 기업들의 연간 추가 이자부담액은 각각 3조1,000억원, 6조1,000억원, 9조2,000억원 늘었다. 금리가 50~150bp 뛰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은 중소기업 1.7~5%, 대기업은 1~1.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철강업(2.7~8.6%)과 조선업(3.6~8.9%)의 상승폭이 컸다. 조선업은 최근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데 시중 금리가 더 뛸 경우 경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허진호 부총재보는 “시중 금리 상승으로 인해 경제 전체 적으로는 채무상환 위험이 크진 않지만 개별 기업과 일부 한계 차주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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