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높은 탓일까.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살짝 못 미쳤다. IBK 캐피탈과 IBK투자증권 등 자회사를 포함한 IBK기업은행의 2016년 당기순이익(연결기준) 전년(1조 1,506억 원)보다 1.2% 증가한 1조 1,646억 원을 기록했다. 은행만 놓고 보면 더욱 낮아서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0.3% 오른 1조 267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예상보다 낮았던 이유는 주력 수익모델인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줄어든 반면 외환관련 손실은 늘어난 탓이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는 앞다투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고, 주가도 실적 발표 이후 한 동안 하락을 면치 못했다.
IBK기업은행에 대한 실망은 주총을 전후해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주주친화정책을 앞세워 지난해 말 취임한 김도진 은행장이 본격적인 청사진을 내놓고, 환율 등 주변 환경도 기업은행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며 1만2,000원까지 올라왔다. 특히 보유주식 매각에 따른 순이익 증가는 주가 상승에 모멘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700억 원의 이익이 기대되는 KT&G 지분(6.93%) 매각에 대해서 김 행장은 연내 매각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내년에 매각하면 이익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덩치가 커서 전부 매각이 안되면 일부라도 매각할 수 밖에 없다”면서 “올해 배당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은 이익증대를 위해 해외부문과 보험 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 이익을 지금보다 각각 20%씩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실적 악화의 ‘주범’인 두 분야를 정면돌파해 키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라 자회사인 IBK 캐피탈이 지난해 미얀마법인을 만들어 소액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IBK 캐피탈은 양곤에 위치한 본사를 기점으로 양곤 지역에 2개, 만달레이 지역에 1개 지점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인가가 어렵고 수익이 확보되지 않는 은행 점포에 매달리기 보다는 현지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지난해 외환 손실을 불러온 환율도 올해부터는 기업은행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환율이 1,200원대였던 연초와 비교해 3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원화 가치가 7.8%나 급등(환율 하락)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외환 손실은 원화 가치 급락에 따른 것으로 헤지를 해도 한계가 있었다”면서 “올해는 환율 환경이 작년보다 나아졌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본업인 중소기업 대출에서는 내실을 기하겠다는 포부다. 사실 은행의 본업인 순이자마진(NIM)에서 기업은행은 은행권 중 가장 견조한 수준인 1.91%를 기록했다. 원가가 낮은 예금을 늘리는 등 개선을 거듭한 결과다. 앞으로는 은행에 불리한 고정금리 비중을 60%에서 40%까지 낮추고 대신 변동금리를 60%까지 높일 계획이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중기 대출 비중은 전체의 77.6%로 전년보다 0.4% 줄어드는 등 다소 주춤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무리하게 대출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는 자산 건전성을 고려한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기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지난해 부실이 커져 상환 가능성이 없는 무수익여신(NPL)이 9,010억 원 어치나 증가했다. 지난달 기업은행 주가 하락의 주 요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말에 NPL로 분류하는 대출이 많아진 반면 이에 대한 발표는 다음 해 2월 중순으로 다른 은행보다 늦다 보니 시장에서 체감하는 규모가 큰 것 같다”면서 “기업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의 그 동안 NPL 규모 추세를 보면 평년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시중은행의 1/4수준에 불과한 가계대출 비중은 가계대출 공포가 커지는 요즘 기업은행의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평균 43%지만 기업은행은 10.5%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