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흥행이 부진하면서 주식관련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주식관련채권 발행 움직임이 올해 1·4분기에도 이어지는 추세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주식관련채권을 발행하거나 이를 대비해 발행한도를 늘리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2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상장기업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 주식관련채권 발행규모는 총 4조7,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2%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종류별로 CB가 3조7,280억원, EB가 6,005억원, BW가 4,419억원이며 전년 대비 각각 152.8%, 9.0%, 695.8% 늘어났다.
주식관련채권 발행 규모는 2015년 하반기부터 회사채 시장이 부진해지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회사채 발해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진데다, 신용등급이 낮아진 기업들이 회사채 신규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을 올린 기업보다 낮춘 기업이 3.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B, 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 투자가 활성화된 것도 주식관련채권 발행을 부채질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당국이 2015년 2월 사모투자펀드의 조건부 투자규제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기로 전환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메자닌채권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자닌펀드의 수탁고는 2014년 2,557억원에서 2015년 6,841억원, 2016년 1조1,167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주식관련채권 발행규모 증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이 달아오르자 이에 편승해 주식관련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활발해지고 있다. 올 들어 24일 현재 주식관련채권 발행금액은 1조2,5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CB가 9,265억원으로 73.6%를 차지했다. BW와 EB는 각각 2,554억원, 775억원이 발행됐다.
눈에 띄는 것은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들이다. 두산건설(011160)은 1,500억원의 BW를, 현대상선(011200)은 6,000억원의 CB를 발행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도 1,000억원의 BW로 자금을 조달했다. 부산주공(005030), 휴켐스(069260), 유니켐(011330), KG케미칼(001390) 등 코스피 상장사들도 주식관련채권을 발행하며 필요한 재원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대기업은 주로 회사채를 발행했고, 주식관련채권은 중견중소기업들의 비중이 높았으나 상대적으로 대기업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특히 코스피 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대기업들도 CB나 BW 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식관련채권 발행에 앞서 한도를 늘린 기업들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 계열사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롯데쇼핑(023530)이 BW 한도를 1,5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렸고, 롯데케미칼(011170)은 CB와 BW의 한도를 기존 3,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액 등 회사규모가 성장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향후 자금마련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롯데푸드(002270) 역시 BW 한도를 3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 밖에 GS건설(006360)이 CB와 BW 발행한도를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렸고, 엔씨소프트(036570) 역시 CB와 BW의 한도를 기존 1,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증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