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광화문 광장의 토요일 밤을 밝힌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난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올해 3월 11일까지 19번.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시민의 외침은 계속됐다.
외신들까지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장면이라며 경탄한 촛불집회를 기록한 사진전 ‘촛불의 구술사(口述史)’가 28일부터 서울 청운동의 사진전문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신예부터 중견·원로 사진가를 비롯해 일간지 사진기자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까지 14명이 기록한 역사적 장면 100여 점이 전시된다.
한 손으로는 어린 아들을 목마 태우고 다른 한 손으로 치켜든 촛불, 기차처럼 늘어선 차벽, 자신의 촛불로 다른 이의 심지에 불을 붙여주는 손,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순간 환호하는 군중 등 극적인 순간이 담겼다.
4개월 반 겨울 내내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며 ‘광화문 캠핑촌 예술행동’의 면면을 기록한 노순택, 프랑스에서 공부한 사진미학의 균형감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더 뜨겁게 잡아낸 성남훈 등 작가마다 시선과 표현방식이 다채롭다. 류가헌 측은 “전시제목의 ‘구술사’란 민중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한 방식”이라며 “그것을 사진의 형식을 빌어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술했다는 점에서나 한국사의 풍경을 바꾼 역사의 한 장면이라는 면에서 또한 구술사”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4월23일까지 류가헌 전시 2관에서 열리고 관련 사진집 출간 기념 전시는 18일부터 2주간 전시 1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