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이프앤] “음식이 약이다” … 직장인 급식도 이제 웰빙이 대세

■ 아워홈 ‘약식동원밥상’ 급식현장 가보니

아워홈 약식동원밥상 봄 신메뉴인 ‘발아완두콩돼지고기구이정식’ /사진제공=아워홈아워홈 약식동원밥상 봄 신메뉴인 ‘발아완두콩돼지고기구이정식’ /사진제공=아워홈




지난 23일 아워홈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 지하 1층 구내식당. 올 봄 신메뉴인 ‘발아완두콩 돼지고기구이정식’이 첫 선을 보인 이날 아워홈 ‘약식동원밥상’ 코너 앞에는 점심시간 시작과 동시에 긴 줄이 이어졌다. 발아완두콩 돼지고기구이정식은 도시락 박스 모양으로 꾸며져 여타 급식 메뉴와 달리 대체로 정량을 지키고 있었다. 쑥갓 장국을 비롯해 타피오카망고샐러드, 발아완두콩한돈안심찹쌀구이, 통들깨호박씨떡볶음, 초록콩나물냉채, 과일 후식 등 각종 반찬은 한눈에도 간이 세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압권은 잘게 으깬 두부를 넣은 미나리두부덮밥이었다. 나트륨 함량을 낮춘 간장 베이스 양념장에 비벼 먹으니 다른 반찬 없이 밥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식사가 됐다. 일반 식당에 가면 짜고 매운 맛 때문에 밥 먹는 내내 물을 찾게 되는 편인데, 발아완두콩 돼지고기구이정식은 각종 밥·반찬은 물론 김치조차 저염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보니 6,500원에 건강까지 챙기는 느낌이었다. 이런 차별성 때문일까.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 고작 30분 만에 약식동원밥상 코너에는 ‘솔드아웃(SOLD OUT)’ 문구가 붙었다.


급식장을 찾은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약식동원밥상은 거의 매일 품절 되다 보니 메뉴가 제공되는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평소보다 빨리 급식장에 내려온다”며 “오늘은 일이 많아 조금 늦게 왔더니 여지없이 다 팔렸다”고 아쉬워했다.

아워홈 약식동원밥상 조리사들이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 지하 1층 구내식당 코너에서 올 봄 신메뉴인 ‘발아완두콩돼지고기구이정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워홈아워홈 약식동원밥상 조리사들이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 지하 1층 구내식당 코너에서 올 봄 신메뉴인 ‘발아완두콩돼지고기구이정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워홈


◇대학병원 의료진과 개발한 정통 웰빙 식단=아워홈의 약식동원밥상은 신선한 제철 식재료와 영양 높은 통곡물, 5대 식물영양소를 포함한 채소·과일 등을 주재료로 쓰는 아워홈의 대표 급식 브랜드다. 지난해 3월 출시해 현재 메리츠타워 강남점, 아워홈빌딩점 등 전국 25개 지점에서 운영 중이다. ‘약과 음식은 근본이 같다’는 옛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절제된 음식 섭취를 제안하고, 성인병 예방과 건강한 식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 위탁급식시장이 2015년 기준 6조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꾸준히 성장 중인 가운데 차별화된 브랜드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아워홈의 묘수이기도 하다.

아워홈이 약식동원밥상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부터다. 전국 600여 개 급식지점 고객 대상 설문조사에서 브랜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조사에서 ‘건강식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무려 94.2%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아워홈은 곧 자사 식품연구원과 메뉴R&D팀, FS마케팅팀 등을 주축으로 건강식단 개발 태스크포스(TF)팀을 결성했다. 대학병원 의료진과 교수진, 고재길 아워홈 요리명장 등 각계 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위촉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검증과정도 거쳤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이달부터는 ‘발아완두콩 돼지고기찹쌀구이’와 ‘미나리두부밥’을 비롯해 ‘감식초장’을 곁들인 ‘달래새싹현미비빔밥’과 봄동두부전’,그리고 ‘동태살묵은지덮밥’과 햄프씨드 달걀샐러드’ 등을 봄 신메뉴로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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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자체를 요리 일종으로 승화=약식동원밥상의 인기 요인은 무엇보다 그 자체를 하나의 요리로 재해석한 ‘밥’에 있다. 흔히 ‘맨밥’으로 인식되는 흰쌀 밥이나 현미밥을 탈피해 건강하고 개성 있는 밥 메뉴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보통 급식 브랜드는 주 반찬 이름을 메뉴 이름으로 쓴다. 하지만 약식동원밥상은 ‘강황감태롤과 통마늘제육볶음’, ‘대추오곡보혈밥과 부드러운 두부 떡갈비’, ‘퀴노아 오곡밥과 장똑똑이 모듬쌈 정식’, ‘밤적두현미영양밥과 삼색채소 귀리쌈장’ 등 그날 제공되는 밥까지 메인 메뉴와 함께 소개한다.

영양학적 균형을 맞춘 저염식단과 병아리콩·귀리 등 슈퍼 푸드를 단골 재료로 쓰는 점도 약식동원밥상의 강점이다. 아워홈은 이달 약식동원밥상 공식 출시 1주년을 맞아 햄프씨드, 초록콩나물, 발아 완두콩, 렌틸콩, 방울 양배추, 아마란스, 연어, 병아리콩, 귀리, 퀴노아 등을 올해 새 식단을 책임질 10대 재료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 음식의 열량을 높이는 튀김·볶음 대신 삶기·데치기와 같은 조리법으로 맛을 내는 점도 건강을 중시하는 요즘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면역 강화, 디톡스, 피로 회복, 안티에이징, 두뇌 활성 등 5가지 건강 테마를 선정해 계절별로 매년 2~4번씩 신메뉴를 출시하는 것도 약식동원밥상의 특징이다. 통조림이나 냉동식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급 식재료를 원물 상태에서부터 조리한 프리미엄 한식을 급식장에서 만날 수 있다 보니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고급미 도입 등 쌀에도 보이지 않는 투자 =장수연 아워홈 FS마케팅팀장은 “고객들의 입맛이 서구화되고 다양화되고 있지만 한식을 선호하는 고객층은 여전히 두텁다”며 “메뉴 품질 관리를 위해 모바일 앱 평가하기 기능을 운영하고, 영양사들이 현장에서 직접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리 과정이 까다롭고 엄격하다 보니 다른 급식 메뉴에 비해 조리 시간도 길고 공급량도 한정적이다. 매일 완판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도 조리장에서는 밥 짓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미나리두부덮밥 메뉴 하나를 완성하는 데에만 무려 30분 이상이 걸렸다. 이재숙 아워홈 영양사는 “약식동원밥상의 조리 시간은 다른 브랜드 매뉴에 비해 평균 1.5배 이상 소요된다”며 “업장당 하루 평균 100식 규모 밖에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약식동원밥상의 인기 비결 뒤에는 고급 쌀을 쓰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도 있다. 조리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쌀 품질이 떨어지면 밥이 맛있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워홈은 고시히까리, 히토메보레 등 최고급 품종 쌀과 우렁이 농법으로 키운 유기농 친환경 쌀 등 품질 좋고 차별화된 쌀을 쓴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산 쌀 자체 브랜드(PB)인 ‘한국인의 밥심’ 2종을 출시하며 고급미 공급에 한 차례 더 시동을 걸었다. 아워홈 PB 쌀은 총 230만 평 규모의 농지에서 키운 벼를 수확해 생산한다.

이시형 아워홈 농산구매팀장은 “고객들에게 맛과 질이 좋은 우리 쌀을 보다 안정적으로 제공함은 물론 쌀 농가의 판로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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