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체 당원 중 핵심 부분을 차지하는 호남 주민들의 여론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후보들은 어느 지역보다 사활을 걸고 호남 쟁투에 임하고 있는 상황.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와 이 시장 보다 2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부산 대통령’, ‘전두환 장군 표창’ 등 잇따른 구설 이후 지지율이 주춤했다.
일례로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3%로 전주 대비 14%p 하락한 것을 두고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은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깨졌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은 호남에서 과반수 득표로 ‘반문정서’를 씻고 본선행 급행열차에 오르겠다는 각오. 문 전 대표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안 지사나 이 시장이 약진하면 민주당 경선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향후 본선 과정에서 비문세력이 국민의당 호남권(광주·전남·전북·제주)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뭉칠 여지를 줄 수도 있는 상황.
문 전 대표 측은 호남이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도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전략적 지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상황실장인 강기정 의원은 지난 24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캠프 본부장단과 호남지역 선대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적폐청산에 대한 강렬한 희망과 열망 때문에 (반문정서가) 거의 없어진 것 아닌가”라고 발언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경선 전날 열린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갤럽 여론조사에서 호남권 지지율이 급락한 것에 대해 “출렁출렁하긴 하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안 지사 측은 호남에서 30% 이상 득표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 ‘대연정’과 ‘선의 발언’ 이후 호남 지역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안 지사의 수차례 해명을 통해 지지율이 점차 회복되고 있고, 문 전 대표의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 문 전 대표 측 인사의 ‘부산대통령’ 발언 등으로 호남 민심 이반이 상당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 안 된다”고 발언했다가 호남에서 역풍을 맞았다. 안 지사 측은 반문정서는 물론 문 전 대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본선 승리를 위해 호남이 안 지사에게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단 민주당이 ‘허위’라고 규정했지만 최근 유출된 ‘현장투표 결과 문건’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는 물론 이 시장에게도 뒤진 것으로 나타난 점은 불안요소로 예상된다.
이 시장 측은 호남 경선 득표율 ‘35%’를 바라고 있는 상황. 안 지사를 누르고 문 전 대표와 박빙 대결을 벌인다면 향후 역전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은 호남권에서 3주 만에 2배나 오른 13%의 지지율을 보여 11%를 확보한 안 지사를 제치고 2위에 등극했다.
‘현장투표 결과 문건’에서 이 시장이 2위로 집계된 것에도 희망을 거는 눈치다. 이 시장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3인방 중 문 전 대표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열성 지지층을 보여하고 있는 점이 역전을 기대하는 근거. 이 시장 측 총괄선대본부장인 정성호 의원은 “다른 후보들은 (지지율) 등락이 있었지만 이 시장은 10% 내외의 견고한 지지층을 형성하는 데다 이 지지층의 관심도와 열성도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굉장히 강하다”고 밝혔다.
‘대세론 굳히기’를 시도하는 문 전 대표, ‘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모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들의 운명은 호남 민심에 달려 있다는 점은 공통점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