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처럼 거래돼 주로 개인투자자들의 단타 매매에 활용되던 상장지수펀드(ETF)가 장기 투자로 변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ETF=장기 투자’라는 새로운 공식이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은행들이 잇따라 적립식 ETF 상품을 선보이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부터 ‘한국투자베트남ETF 적립식랩’을 판매 중이다. 유안타증권도 앞서 2015년 3월 중국 ETF에 투자하는 ‘We know china’ ETF 적립식 랩으로 ETF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직까지 적립식 ETF 랩의 판매 규모는 많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성장 전망이 좋은 투자처에 손쉽게 ETF로 투자하려는 이들을 위해 미리 상품을 선보인다는 취지다.
은행권에서도 적립식 ETF 신탁 상품을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관련 신탁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국내 상장된 ETF에 분산투자하는 신탁, 달러 ETF만 집중적으로 매매하는 신탁 등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 같은 상품 출시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ETF를 단기 매매가 아닌 장기 투자 상품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단타용 상품에 기형적으로 자금이 쏠린 상태다. 2월 대표적인 단타 ETF인 레버리지·인버스 ETF(국내 ETF 기준)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체 거래대금의 50.5%에 달했다. 이러한 기형적인 자금 쏠림은 시장의 급변동할 때 레버리지 상품 등으로 일순간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6월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현실화됐을 당시 국내 증시에서 KODEX레버리지 ETF의 거래량은 무려 9,780만주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가 급락하자 반등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증시 상승분의 2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해당 ETF로 몰리면서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국내에서 ETF는 그동안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데다 수수료가 낮아 증시가 출렁일 때 거래량이 급증하는 대표적인 단타 상품으로 여겨져 왔다.
반면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이 비율이 1~6%가량에 불과하다. 김현빈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ETF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상품 특성상 수익률이 투명하게 나와 장기투자에도 적합한 상품”이라며 “특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결과적으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펀드와 달리 종가가 아닌 장중 가격으로도 환매가 가능하고 환매 자금을 익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