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미 의회의 반대로 좌초될 우려가 커지면서 ‘트럼프 수혜주’ 재평가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효과를 봤던 에너지·화학·철강주의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소비주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증시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코스피 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일 대비 0.61% 하락한 2,155.66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1호 법안인 ‘트럼프 케어’의 표결을 철회했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 내 강경 보수세력이 트럼프 케어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와 다른 것이 없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곧 발표할 세제개혁안 등 경제정책의 좌초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의 경제정책이 불안해지자 그동안 트럼프 랠리에 편승해온 에너지·화학·철강주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용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기대감을 선반영해왔던 글로벌 증시에 구조적 회의가 제기됐다”며 “트럼프 케어가 파행된 상황에서 그동안 ‘트럼플레이션’ 수혜주로 지목됐던 에너지·화학·철강의 반락세가 전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 주목받는 종목은 내수·소비 업종을 포함한 중소형 가치주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현대백화점(9.2%), 빙그레(6.9%), 코웨이(8.2%) 등 내수주 전반이 강세 반전했다”며 “앞으로 미국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관련 종목들의 상승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점도 내수·소비주에 호재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6.7로 전월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1.1포인트)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고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NH투자증권은 코스피가 수년 동안의 횡보장세를 끝내고 최고치 돌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올해 목표치를 2,250에서 2,350으로 올렸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는 회복 국면에서 확장 국면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글로벌 투자 사이클이 회복되면 코스피의 적정 가치평가는 더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기업들의 이익 개선 모멘텀이 코스피 상승의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며 “코스피의 올해 하반기 2,300선 돌파 가능성을 크게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