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지금 뭣이 중헌디?

오현환 여론독자부장

북핵·미사일 악화일로 치닫는데

中·日 부상에 산업 경쟁력 흔들

대통령 탄핵 이끌어낸 피플파워

위기극복 리더 선출로 승화되길

오현환 여론독자부장오현환 여론독자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19일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IMF 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정치를 시작한 지 20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종편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국정문제가 제기된 지 5개월여 만이다. 외신들은 질서 있는 피플파워로 법치주의 아래 또 한 번의 민주주의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지난 1987년 피플파워로 대통령직선제 헌법을 만들어낸 지도 30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인용의 배경으로 정치폐습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문제까지 거론했다.


이제 곧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내려질 것이다. 적폐청산의 남은 문제는 내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헌, 최순실 부정축재 재산 환수 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다음 지도자로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뽑을 것인가다. 소위 적폐청산이냐, 위기극복이냐, 국민통합이냐는 얘기다.

이번 피플파워는 끊임없이 도발해온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위협해온 가운데서 이뤄냈다는 점에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뒤집어 본다면 부패에 분노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너무 소홀히 여기고 있지는 않았을까.


중국은 최근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조정자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며 이제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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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는 어찌 보면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남한 내 미국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넘어 한국도 일본도 핵무장으로 가야 할 지에 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김정은은 사상 유례없는 전체주의 체제, 극도의 공포통치 아래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비롯해 수백명을 죽였다. 전 세계가 북핵 전선에 맞서고 있는데 당사자가 북한 인권 문제에조차 눈감으며 개성공단 재개로 핵무기와 미사일 제조 종잣돈 마련을 도와줘야 하겠는가. 남북은 그동안 대립과 대화를 번갈아 해왔다. 대화의 창은 열어놓되 원칙을 갖고 최대한 압박을 가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기다.

안보만 위기에 직면한 게 아니다. 경제 위기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우리 경제의 몸통인 기업이 곪아 터지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기업이자 세계 7대 글로벌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최근 파산했다. 대우조선에는 2015년에 혈세 4조2,000억원 지원 결정을 한 지 1년5개월 만에 최근 2조9,0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부도를 낼 경우 국가 경제적 손실이 59조원에 달해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계를 맞은 주력산업들이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자보상비율 1미만기업)의 비율은 무려 15%에 달한다. 일본은 겨우 2%에 불과하다. 일본 기업이 최근 들어 팔팔하게 뛰고 있는 데는 이 같은 구조조정의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한중 기술격차는 불과 1.4년으로 좁혀졌다. 중국의 드론이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했고 영국의 핀테크 거래량은 연 74%의 폭풍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규제에 발목 잡혀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규제개혁과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은커녕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적 부상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시기부터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시대까지 펼쳐온 끊임없는 규제개혁과 구조조정의 결과다. 탄핵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최소한 이슈의 중심에 섰던 문제다.

우리는 유난히 짧은 선거 기간에 절체절명의 중대시기를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아주 태평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위기 상황이다.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할 사람을 찾아보자. 극심한 갈등을 조장할 후보를 뽑을 것인가. 새 정권에서 다시 탄핵논란을 벌일 것인가. 우리 모두 역사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선택을 준비하자. hhoh@sedaily.com

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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