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수수료'도 투자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사장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문사는 필수적이다. M&A시장이 발달한 해외에서는 자문사에 거래금액의 2~3%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공보수로 지급하고, 자문의 질을 높이기 위해 착수금까지도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그 기여도를 높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착수금을 지불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성공보수마저도 매우 박한 수준이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실비만 지급하고 마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문사는 어떤 의사결정이 고객에게 유리한지를 판단해 조언하는 진정성 있는 자문을 제공하기보다 어떻게든지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고객을 설득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고객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10년 전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 부실회계감사로 회계법인 한 곳이 징계가 됐는데 최근에 또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보수문제가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다. 회계감사 보수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회계감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감사에 필요한 회계사가 충분히 투입돼야 하나, 보수가 적다 보니 보수에 맞춰 감사의 강도를 낮추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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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투자펀드(PEF)도 마찬가지다. 출범 초기에 PEF를 운용하는 회사(업무집행사원·GP)들은 관리보수로 출자약정액의 연2.0%, 성공보수로 초과수익의 20%를 지급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사 운영비도 안 되는 수준까지 관리보수가 하락하고 있으며, 성공보수도 점점 박해지고 있다. 보수가 적어지면 투자처의 발굴, 투자구조의 설계,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경영활동 등에 투입하는 노력의 양과 질이 떨어지게 된다. 비용을 절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출자자(유한책임사원·LP)들에게 큰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출자약정액 기준이 아닌 투자잔액을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운영비가 부족한 GP로서는 당장 돈이 필요하다 보니 투자잔액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운용사를 잘 선택하면 된다고 하지만 돈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들에 대한 수수료는 절감해야 할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 충분하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손해’를 막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작은 것 아끼다가 크게 손해 본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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