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잠을 잘 때 코를 곤다. 수면 중에는 상기도(코안~후두) 근육 등이 이완되는데 그 정도가 심하거나 기도가 남보다 좁으면 입천장에서 비교적 연한 뒤쪽 부위와 목젖 등 주위 구조물이 진동을 일으키며 드르렁거리는 호흡잡음을 내게 된다. 배우자나 자녀, 기숙사 동거인 등 타인의 안락한 잠을 방해하는 코골이 소리다.
코골이는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높아지고 증상도 악화한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이 주범이지만 폐경기 이후 여성 중에서도 코골이가 늘어난다. 30대는 남성의 20%와 여성의 5%가, 60대는 남성의 60%와 여성의 40%가 습관적으로 코를 곤다.
◇당뇨병·발기부전·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져=코를 심하게 골면 잠의 질이 나빠지고 본인과 배우자 등에게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많게는 10명 중 7명이 코를 골며 자다가 상기도가 막히는 폐쇄수면무호흡 증세로 고통을 호소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잠을 자다가 10초 이상 컥컥거리며 호흡이 정지됐다가 가까스로 “푸~”하고 숨을 몰아쉬는 상태가 한 시간에 다섯 번 이상 나타나는 증상이다. 똑바로 누우면 숨을 쉬기 더 어렵기 때문에 몸을 자주 뒤척이거나 숨을 헐떡이며 땀을 많이 흘리기도 한다. 코를 골면서 입을 벌리기 때문에 구강건조증과 잇몸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이 상태로 방치하면 수면의 질이 나빠져 아침에 일어날 때 심한 두통을 호소하거나 낮에 자꾸 졸리고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진다. 운전 중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위험도 높아진다. 또 각종 장기에 산소를 나르는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과 혈관이 무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고혈압·동맥경화·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과 돌연사 등 여러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화를 잘 내고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인슐린·남성호르몬 분비를 줄여 당뇨병·발기부전 위험도 높아진다.
◇뇌 부피 줄어들며 치매 위험까지 ↑=40~50대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기억력·판단력·집중력 같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측두엽 등이 심하게 쭈그러들어 뇌의 부피(평균 1,100㏄)가 일반인보다 100㏄가량 작아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졸중 환자의 60%가 수면무호흡을 동반하고 이들의 사망률이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환자보다 1.8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이도 성인 못지않게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른과 달리 목 부분의 편도 조직이 커서 숨길을 막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증세가 계속되면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로 또래보다 체격이 작거나 학습부진·주의산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입으로 숨을 쉬면서 앞니가 튀어나오거나 얼굴이 길어지는 등 얼굴 형태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수면 중 코골이가 심하고 수면무호흡 증상까지 있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은 “수면센터나 수면전문클리닉을 방문해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의 정도를 진단하기 위한 수면다원검사, 원인 부위를 파악하기 위한 코·입안 및 인두·후두 검사 등을 받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체중 줄이고 양압호흡기, 구강 내 기구 치료 우선=경미한 코골이·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체중만 줄여도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체중을 10%만 줄여도 수면무호흡증이 30%나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술·담배·과로와 수면제·안정제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만큼 가급적 피해야 한다. 똑바로 눕기 힘들면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그래도 조절이 안 되면 잠자는 동안 코로 공기를 불어넣어 기도를 계속 열린 상태로 유지해주는 마스크 형태의 양압호흡기를 이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의사가 적정 압력과 함께 지속적 양압호흡(CPAP) 치료를 처방하면 환자가 구입해 사용한다. 양압호흡기 가격은 200만원대 수준인데 1개월간 약 30만원에 빌려서 써본 후 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면 중에 턱이나 혀를 전방으로 조금 이동시켜 기도를 유지하는 구강 내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치료법이 통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김선종 이대목동병원 치과 교수는 “비외과적인 치료법과 외과적인 다른 치료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상악과 하악을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악교정 수술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다른 의견도 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키는 원인 부위가 수술 치료에 맞는 경우 최종 수단으로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치료율이 낮기 때문에 반드시 신경과·호흡기내과 등 수면장애클리닉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