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이 지난해 해외에서 쓴 돈이 2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계부채로 부진한 내수소비와는 달리 해외여행객은 늘어나며 해외 소비도 함께 증가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해외 소비로 지출한 금액은 28조9,299억원(잠정)으로 지난 2015년보다 8.3%(2조2,275억원)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해외 소비지출은 가계가 의식주 비용, 교통비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의 대가로 지불한 돈이다. 국내에서 인터넷 등으로 해외 물품을 직접 구입한 해외 직구나 회사 출장 등 업무로 쓴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 가계의 해외 소비지출은 2010년 20조1,835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을 돌파했고 2012년(21조8,884억원) 이후 5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가계의 최종소비지출에서 해외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8%로 2015년보다 0.2%포인트 뛰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지출 증가는 휴가 등을 이유로 외국을 찾는 국민이 늘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객은 2,238만3,190명으로 2015년에 비해 15.9% 늘었다. 저가항공 노선이 활성화된 일본과 대만·베트남·호주 등 가까운 국가를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특히 가계가 해외에서 쓰는 돈이 늘어나는 속도는 국내보다 가파르다. 지난해 가계가 국내에서 소비로 지출한 규모는 모두 731조3,905억원으로 전년보다 3.4%(23조7,237억원) 늘어났다. 반면 해외 지출 증가율은 8.3%로 국내 지출 증가율(3.4%)의 2.4배에 달한다. 특히 2015년의 경우 해외 지출 증가율이 15.5%로 국내 지출(2.6%)의 6배에 가까웠다. 1,344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계부채로 국내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지만 해외에서는 예외인 셈이다.
반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쓴 돈도 늘었다. 지난해 비거주자의 국내 소비지출은 16조5,139억원으로 전년보다 15.9%(2조2,61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외국인이 1,724만1,823명으로 전년보다 30.3%나 늘어난 데 영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