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에서 EU는 스페인에 지브롤터가 영국·EU 간 새로운 경제협정에 적용되지 않도록 저지하는 권한을 줬다”며 “지브롤터의 운명이 브렉시트 협상에 달린 셈”이라고 전했다. 앞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7개 회원국에 보낸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에는 스페인과 영국 간 사전합의가 있어야만 EU와 영국 간 새로운 협약이 지브롤터에 적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EU 협약을 대체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지브롤터에 적용되려면 스페인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뜻으로 사실상 스페인에 일종의 ‘거부권’을 부여한 셈이다. 한 EU 고위관계자는 “영유권 문제에 스페인과 영국 두 당사자가 있음을 EU가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EU는 회원국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지금은 스페인(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있는 지브롤터는 지난 1713년 영국령이 됐지만 스페인은 영국에 지브롤터 반환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은 브렉시트가 지브롤터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라고 판단하고 오래전부터 EU 고위 외교당국자들과 물밑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니고 멘데스 드비고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 후 “스페인이 지브롤터에 대해 주장하는 법적·정치적인 논거들을 EU가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브롤터와 영국은 크게 반발했다. 파비안 피카르도 지브롤터 행정수반은 성명을 통해 “스페인이 얄팍한 정치적 이익을 위해 EU를 조종했다”며 “그 어떤 것도 영국의 지브롤터에 대한 배타적 주권을 해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이전처럼 지브롤터에 대한 영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밝혔다.
이번 시도가 스페인이 지브롤터에 대한 영·스페인 공동주권을 노린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스페인 정부 각료들이 지브롤터에 대한 영·스페인 공동주권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지브롤터의 미래에 관해 자신들의 발언권을 키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