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 판도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양자대결 구도로 흘러가면서 관가가 다시 혼란에 빠졌다. 문재인 대세론이 견고해 거기에 맞춰 정책을 분석하고 조직개편에 대한 대응을 해왔는데 최근 들어 안 전 대표가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지난 대선과는 달리 비교적 쉽게 공약 분석을 통한 대응을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상황이 다시 반전되고 있다”면서 “국정 운영의 방향도 차이가 나고 의견을 전달할 창구도 달라져 대응조직을 또 꾸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3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약분석에 집중해왔던 부처들이 최근 들어 안 전 대표의 공약과 조직개편도 함께 분석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대선판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양자 대결 시 안 후보가 7.2%포인트 표를 더 얻는 것으로 나왔고 다자구도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1·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다양한 변수가 나타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두 사람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정부 조직개편 방향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문 전 대표는 미래창조과학부를 폐지하고 중소기업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부가 만들어지면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부서를 새로 만들겠다는 뜻도 공개했다. ICT 관련 부처가 새로 생기면 산업부와 미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업무와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
미래부를 바꿔야 한다는 데는 안 전 대표도 동의한다. 그는 미래부를 개편해 연구개발 사업을 통합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교육부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를 없애고 교육지원처와 교육위원회를 만들어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 사회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당장 폐지·개편 대상으로 떠오른 미래부 일부 고위공무원은 부처가 쪼개질 것을 대비해 향후 어느 부처로 가는 게 좋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13일에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회를 열고 “엄중한 시기에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지난달 말 야권에서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많았는데 혼란이 더 확산하는 셈이다. 당시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만든 정부 조직개편안에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방안,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의 통합, 산업부 분리, 과학기술부 부활, 교육부 축소 또는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과장과 사무관급 인사조차 어려울 정도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대선 판도가 수시로 바뀌면서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에 의해 폐지 1순위로 언급된 교육부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현재 국회 등을 대상으로 교육부의 존재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부 조직발전 방안 정책연구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다음달 외부에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정부 조직개편 때마다 거론되는 금융위원회와 기재부도 두 후보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금융위의 경우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의 의중은 최운열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 상태다. 최 의원 안은 금융위를 해체하고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각각 기재부와 신설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이미 해봤던 것이고 단점이 많아 지금의 금융위로 오게 된 것”이라며 “국회나 대선주자의 의중을 파악해보고는 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두 후보의 생각이 비슷한 부분도 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 해양경찰청 부활을 약속했다. 문 전 대표의 경우 소방방재청을 독립시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어떤 후보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정부 조직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고위직 인사도 바뀌게 된다”며 “개별 부처 입장에서는 조직의 세를 유지·확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제대로 설명을 해야 하는데 어느 후보에 주력할지 판단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을 보면 주요 후보 측에서 부처에 자신의 공약이 적정한지와 아이디어를 물어온다”며 “속된 말로 어느 후보에 선을 대야 하는지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영필·나윤석기자 susopa@sedaily.com